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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이야기에서 끄집어낸 신라의 붓다, 원효를 만나다

  • 불서
  • 입력 2021.02.01 13:54
  • 수정 2021.02.15 12:59
  • 호수 1572
  • 댓글 0

‘삼국유사, 원효와 춤추다’ / 정진원 지음 / 조계종출판사

‘삼국유사, 원효와 춤추다’

‘삼국유사’와 ‘원효 스님’을 들어보지 못한 이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저 많이 들어 익숙하다고 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원효 스님이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 요석공주와 결혼해서 설총을 낳았다는 것, 조롱박을 두드리고 무애무를 추면서 저잣거리를 떠돌았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원효 스님’에 대한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은 원효 스님에 대해 알려진 단편적 사실 몇 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학문적으로 이뤄낸 업적이 작지 않고, 저잣거리의 삶에는 전란 끝에 남은 황폐한 마음과 맺힌 한, 그리고 시비와 갈등을 풀어내는 ‘화쟁’의 실천이 담겨 있었다.

이 책 ‘삼국유사, 원효와 춤추다’는 30여년 ‘삼국유사’를 공부하며 ‘삼국유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발원해온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신라의 붓다로 불리던 원효 스님의 모습을 되살려 오롯이 담아냈다.

저자는 2010년 헝가리 ELTE대학교 한국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할 당시 ‘K POP콘텐츠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을 공부했는데 그 다음에는 뭐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는 이 화두를 붙들고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철학, 종교를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마침내 얻은 결론이 그 모든 것의 결정체가 우리의 고전 ‘삼국유사’였다. 이후 꾸준히 유럽과 터키, 인도, 미국 등에서 대학 특강을 하고 유럽 학회에서 발표를 하며 지금까지 ‘삼국유사’를 ‘K Classic콘텐츠’화하여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 첫 번째 소산이 2016년 발간한 ‘삼국유사, 여인과 걷다’이고, 두 번째가 ‘삼국유사, 자장과 선덕여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그 세 번째 결과물이 이 책 ‘삼국유사, 원효와 춤추다’이다. 
 

일본 교토 고산사에서 소장한 ‘화엄연기회권’에 담긴 원효 스님의 강론 모습.
일본 교토 고산사에서 소장한 ‘화엄연기회권’에 담긴 원효 스님의 강론 모습.

‘삼국유사’ 속에서 원효가 등장하는 연대는 이야기에 따라 들쑥날쑥하지만 617년에 태어나 686년 입적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그의 생애가 다채롭게 수놓아졌다. 저자는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이야기 순서와 ‘원효불기’조를 통한 그의 생애를 중심축으로 삼고 다른 책의 이야기들을 더해 일연이 바라본 원효라는 인물을 재구성했다. 여기서 ‘삼국유사’를 보충해 줄 ‘삼국사기’ ‘화랑세기’ ‘송고승전’ ‘고선사서당화상비’ 등을 비롯한 관련 자료와 그의 저서들도 두루 다뤘다. 저자는 여기서 ‘삼국유사’ 속 10가지 남짓 한 스토리텔링을 모아 원효의 인생을 재구성하는데 중점을 뒀다. 

그렇게 구성한 책은 길고 긴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의 중생들이 그렇게 살고 있듯, 현실에 고민하고 아파하는 한편 내일을 향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신라시대 군상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원효는 세상에 태어나 승속을 모두 경험하고 삼국의 각축과 통일로 흡수되는 백성들의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손에 닿는 대로 바가지를 두드렸고 염불을 노래했으며 그것을 춤으로 승화시켰다. 울어봤자 찡그려봤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실컷 괴로웠고 실컷 울고 난 가엾은 백성들에게 그는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생사가 둘이 아니요 고락이 둘이 아닐진대 기왕이면 살아있음을 기왕이면 즐거움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라고 말하는 저자가 풀어낸 원효의의 삶에서 신라의 붓다, 대중 불교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1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72호 / 2021년 2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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