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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불련의 내홍과 아쉬움

  • 기자칼럼
  • 입력 2021.02.01 14:16
  • 수정 2021.02.01 17:49
  • 호수 1572
  • 댓글 2

최근 불자학자들로 구성된 ‘한국교수불자연합회(교불련)’의 내홍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12월11일 열린 온라인 총회에서 차기회장을 선출한 문제를 두고 법인등기이사진과 집행부 측의 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등기이사진이 1월16일 교불련 홈페이지를 통해 “차기회장 선출을 위한 온라인 총회에 자격 없는 회원이 참여했다”며 선거무효를 주장했다. 이에 집행부 측은 “선거과정에 비자격자가 참여하지 않았다”며 “선거무효 주장은 등기이사진이 자신들이 원하는 회장이 선출되지 않자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등기이사진이 다시 현 집행부 측의 회계부정 의혹을 들고 나왔다. 등기이사진은 “(회계의혹이 제기돼) 집행부 측에 2019년 결산서류 열람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했다”며 “회계부정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집행부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은 “감사가 끝난 서류를 등기이사진에게 제출할 의무가 없다”면서 “회계부정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반발했다. 한발 더 나아가 등기이사진이 회장선거 및 회계부정 등을 이유로 현 회장과 차기회장의 제명절차를 밟자, 집행부 측은 “교불련은 특정인의 사유가 아니다”며 “특정이사들은 더이상 ‘상왕행세’를 하지 말라”고 맞섰다. 

양측이 서로를 겨냥해 쏟아내는 잇따른 비판성명으로 교불련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33년간 신·구학자들의 학술연찬과 모범적인 신행활동으로 ‘불교지성의 산실’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교불련의 위상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불련은 “불교의 연구와 보살도의 실천을 통해 이 시대에 맞는 불교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인격 완성과 이상적 사회건설을 함께 실현하는 불교로 중흥시키겠다”는 취지로 1988년 2월 발족됐다. 이후 불자학자들의 신심과 원력으로 교불련은 그간 학술과 신행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04년 ‘세계교수불자대회’를 열어 15개국 불교학자들과 교류했고, 2006년부터 6년간 지속된 ‘불자-기독자 교수 공동학술대회’를 통해 이웃종교학자들과의 종교간 상생과 협력을 이끌었다. 2009년부터는 각 대학 불교학생회의 지도교수를 자청해 대학생 및 청년포교에 앞장서기도 했다. 불자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모은 ‘한국교수불자연합학회지’가 2019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KCI)로 승격된 것도 각 연구 분야에서 활동한 교수불자들의 관심과 애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정주연 기자

물론 교불련이라고 해서 내부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오랜 기간 함께 불교를 연찬해왔던 학자들로 구성된 교불련이 서로를 향해 비난성명을 쏟아내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불자들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교불련 등기이사진과 집행부 측은 진실이 무엇인지 규명하더라도 서로에 대한 존중까지 저버려서는 안될 일이다. 그것이 “불교를 통해 서로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 울타리가 되겠다”던 교불련의 창립정신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닐까. 

jeongjy@beopbo.com

 

[1572호 / 2021년 2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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