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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도 마음까지 아플 필요는 없습니다”

  • 불서
  • 입력 2021.02.06 13:51
  • 호수 1573
  • 댓글 0

‘하루 1분 마음챙김’ / 아잔브람 지음‧각산 스님 감수‧여현 옮김 / 느낌출판

‘하루 1분 마음챙김’ 

하루에 1분이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스스로를 관조해 본 적이 있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잠시의 휴식은 인생의 퇴보로 이어진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산다. 그래서 휴식이라는 단어 자체를 망각하고 사는 사람도 많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해야 할 일이 없으면 심란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이렇게 살다보면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것은 내가 아니다. 쌓아온 습관에 따른 반사적인 행동일 뿐이다. 실체가 없는 감각기관과 외부환경이 만나 만든 현상에 끌려가고, 욕망은 이를 부추긴다. 

그래서 어제는 오늘과 구분이 되지 않고 내일은 또한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더구나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업이나 재택근무로 인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세상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이 급속히 늘고 있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 못하고 잔인한 폭력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도된다. 쉽게 분노하고 쉽게 우울해지고 쉽게 들뜨는 감정의 기복도 심하다. 그래서 가끔은 멍 때리기 시합 같은 웃픈 대회도 심심찮게 열린다. 

이런 현대인의 삶 속에서 회복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잠시 자신을 돌아보는 관조의 시간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욕망은 진정되고 마음은 가라앉는다. 

세계적인 명상 스승으로 존경받는 아잔브람 스님의 책 ‘하루 1분 마음챙김’은 미망을 헤매며 괴로워하고 있는 이들을 흔들어 깨우는 죽비 같은 책이다.

‘마음챙김’은 위빠사나의 통찰명상에 대한 현대적 표현이다. 생각이나 욕구 없이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바로 보는 수행이다. 좋고 나쁘다는 감정이나 생각 없이 단지 바로보기만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또렷이 깨어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챙김을 위해 뭔가 기술적인 것들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 긴장할 필요는 없다. 
 

각산 스님이 감수한 아잔브람의 ‘하루 1분 마음챙김’은 삽화를 더해 이해를 돕고 있다.
각산 스님이 감수한 아잔브람의 ‘하루 1분 마음챙김’은 삽화를 더해 이해를 돕고 있다.

책은 그림과 영어원문, 그리고 한글로 번역된, 그야말로 간단명료해서 펼쳐보면 부담감 대신 편안함이 느껴진다. 356일 행복 명상론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365개의 내용이 들어있는데, 각 단락마다 2~3줄에서 많아야 7~8줄을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잠언이나 격언처럼 한 구절 한 구절이 주는 감동과 충격은 미혹한 제자를 일깨우는 선사들의 촌철살인의 경구와 같다. 

“이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극락이 아닙니다.” “어둠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촛불을 밝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욕망의 자유가 아니라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해야 할 일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마십시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기를 원합니다.” “아무 생각이 없고 원하는 것이 없으면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만족하게 됩니다.”

책 속에 담긴 문구 하나하나는 굳이 자리를 잡고 명상에 들지 않아도,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분주히 움직이던 마음이 가라앉고 평화와 행복이 몸 가득 퍼지게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머리가 쭈뼛거리는 긴장된 각성, 텅 빈 충만 같은 묘한 느긋함이 함께 밀려든다.

아잔브람 스님은 “욕심을 부리고 갈망하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마음은 주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사람은 완벽할 수는 없고 완벽한 필요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책은 이런 아잔브람 스님의 노파심을 잘 담고 있다. 스님은 그저 하루에 1분, 한편의 짧은 글을 읽는 것으로 우리의 마음에 평화와 행복이라는 축복을 들이붓는다. 물론 그 선물을 받고 안 받고는 각자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1만4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73호 / 2021년 2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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