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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 펼쳐진 지옥도

최근 한 대학의 수의대 교수팀이 세계적 학술지 플로스원에 ‘3D 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개 인공 눈:예비연구’ 논문 게재를 위해 비윤리적인 실험을 자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교수팀은 건강한 비글 견 암수 두 마리의 눈을 적출,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눈을 심고 연구가 끝나자 안락사 처분했다. 더군다나 미용목적 연구여서 더욱 지탄을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게재됐으며 2월3일 기준 3만여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수의사 자격이 의심스럽다. 동물의 생명도 생명이다” “똑같이 눈을 파던가 하세요” “개의 시력을 위한 연구도 아니고, 단순히 미용을 위한 연구라니. 누구를 위한 미용인가요? 개에게는 필요도 없는 미용연구를 위해 멀쩡한 개의 눈을 꼭 적출해야 했나요?” “생명이 장난이냐 똑같이 당해야한다 꼭 처벌받아라” “동의합니다 제발 처벌해주세요”

2019년 기준 국내에서는 371만 마리의 동물이 실험으로, 그중 40%에 달하는 150만 마리는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아 고통이 가장 심한 ‘고통E등급’으로 희생됐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Reduction(감소: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 수를 최대한 줄일 것)’ ‘Refinement (개선: 사육환경, 실험 조건을 최대한 개선할 것)’ ‘Replacement(대체: 되도록 다른 방법을 쓸 것)’으로 구성된 3R원칙을 준수하며 실험하고 있다. 한국도 동물보호법 제23조를 제정해 동물실험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사실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눈이 없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견주에게 동의를 구해 진행하거나 컴퓨터 시뮬레이터를 통한 연구, 세포실험(이식 후 붓기나 염증 측정을 위한)으로도 충분히 가능했을 터다. 

과학기술은 인류문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실험은 과학의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과학이나 실험이 정도(正道)를 벗어나면 날카로운 비수가 된다. 살상무기와 환경파괴적인 기계문명이 그렇다. 정도의 기준은 생명에 대한 존중에 있다. 대학 수의대 교수팀 실험이 개의 시력을 되찾아주고 여법하게 진행됐다면 찬사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불교적으로 생명을 정의한다면 ‘이고득락(離苦得樂)’이라 할 수 있다. 고통을 싫어하고 즐거움을 좇는 게 모든 생명의 속성이다. 모든 생명은 겉모습만 달리할 뿐 억겁의 세월을 함께 하는 윤회의 동반자다. 이번 생엔 내가 사람이고 그들이 실험실의 희생자이지만 다음생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윤태훈 기자

매년 실험실에서 또 먹거리로 죽어가는 동물들에게 이 세상은 일말의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지옥도일 것이다. 하찮게 여겨지는 그들의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 그러한 세상이 바로 정토다.

yth92@beopbo.com

 

[1573호 / 2021년 2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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