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유행자 사꿀루다이를 교화하다
52. 유행자 사꿀루다이를 교화하다
  • 이필원 교수
  • 승인 2021.02.06 17:07
  • 호수 15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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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된 가르침에 연기법으로 답하다

실체 알 수 없는 최상 빛 집착
거듭된 질문으로 무지 일깨워
해탈의 길에 대한 설법을 듣고
관념적 허구에서 벗어나 출가

경전을 보다보면, 부처님과 외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 혹은 재가자들 사이의 대화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그 대화의 내용을 보면, 부처님은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교화하고 계심을 보게 된다. 일방적인 설교나 웅변이 아닌, 침착하고 온화하며 배려하는 대화의 모습이다. 그리고 핵심적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 가며 대화를 하는데, 그 일단의 모습을 ‘맛지마 니까야’ II권에 나오는 79번 경 ‘사꿀루다이에 대한 작은 경(Cūḷasakuludāyisutta)’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부처님과 사꿀루다이의 대화는 부처님께서 유행자들이 모여 있는 공원인 모라니바빠를 방문하면서 이루어진다. 사꿀루다이는 다른 유행자들에게 깊은 존경을 받고 있었던 인물이었고, 자신이 스승으로부터 ‘최상의 빛’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고 소개되고 있다.

사꿀루다이는 먼저 지난 경전에서 본 유행자 왓차곳따에서 나왔던 이야기, 즉 ‘걸을 때나 서있을 때나 잠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나에게는 앎과 봄이 항상 끊임없이 현존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렇게 선언하는 자에게 ‘전생에 관하여 질문하자, 그는 얼버무리고, 화제를 돌리고, 분노를 나타내고, 증오를 보이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말씀을 드렸다. 이에 부처님은 그것이 누구인지 묻자, 우다이는 ‘니간타 나따뿟따’라고 답하였다. 니간타 나따뿟따는 자이나교의 교주로서, 부처님과 동시대를 살았던 유명한 수행자였다.

이후 부처님께서 전생과 내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다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붓다] 우다이여, 그러니 과거는 제쳐 둡시다. 미래도 제쳐 둡시다. 나는 그대에게 ‘이것이 있을 때에 저것이 있다. 이것이 생겨남으로써 저것이 생겨난다. 이것이 없을 때에 저것이 없다. 이것이 소멸함으로써 저것이 소멸한다’라는 가르침을 말하고자 합니다.

이 경문에서 부처님은 전생, 내생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연기법에 대한 가르침을 주시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다이는 그 내용이 자신에게는 분명하지 않다고 하면서, 자기 스승의 가르침을 부처님께 말씀드린다.

[우다이] 세존이시여, 저희의 스승이 가르친 것은 ‘이것이 최상의 빛이다. 이것이 최상의 빛이다’라는 것입니다.
[붓다] 우다이여, 그 빛이란 무엇입니까?
[우다이] 세존이시여, 그 빛보다도 더욱 탁월한 빛, 또는 더욱 우월한 빛이 달리 없는 그것이 바로 최상의 빛입니다.
[붓다] 우다이여, 그러한 빛이란 어떤 것입니까?
우다이는 자신이 한 말을 반복한다. 
[붓다] 그런 식으로 한다면 오래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그대는 그 빛이 어떤 것인지 전혀 설명하고 있지 못합니다.
[우다이] 예를 들어 에메랄드가 아름답고 품질이 좋고 팔면으로 잘 깎여 있는데 그것을 갈색의 모포 위에 두면 광채를 띠고 빛을 내고 비추듯이, 이와 같이 빛나는 것이 죽은 후에도 무너지지 않는 자아입니다.

이에 부처님은 다양한 빛을 예로 들면서 최상의 빛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변하지 못하는 우다이의 무지를 일깨워주신다. 결국 우다이는 자기 스승의 가르침이 공허한 것임을 인정하게 된다. 이에 부처님은 “우다이여, 완전히 행복한 세계가 있습니까? 완전히 행복한 세계를 실현하는 합리적인 길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하면서 대화의 내용을 구체적인 수행론으로 이끄신다. 그리고는 계율의 가르침, 여섯 감각기관의 수호에 대한 가르침, 오개(다섯 번뇌)와 선정의 가르침과 사성제라는 해탈의 길을 설하셨다. 이에 우다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확신하면서 출가 제자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우다이는 관념적 허구에서 벗어나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된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73호 / 2021년 2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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