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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정병도의 ‘달마도’

기자명 신현득

할아버지 사진 옆에 놓인 달마 그림
시간 지나 서로 닮아가는 느낌 표현

할아버지와 달마의 뭉툭한 코
부리부리한 눈‧털복숭이 수염
더욱 닮아가는 두 인물의 모습
어린이 느낌과 시선으로 본 시

달마 스님이 동시의 캐릭터로 등장했다. 달마 스님이 어린이들 친구가 된 것이다. 시의 화자 어린이의 할아버지는 달마도를 아주 좋아해서 사진 액자 곁에 달마도를 걸어 놓고, 할아버지 사진과 달마도를 번갈아 바라보며 기쁨을 맛보고 있다. 달마도는 신필이라 불리던 조선 중기의 화가 연담 김명국(蓮潭 金明國) 선생의 이름난 작품이다. 국립박물관에 있는 원작을 사진 복사한 것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달마 스님(?~528)은 남인도 향지국(香至國) 셋째 왕자였다. 처음 이름은 ‘보뎨다라’였는데 후에 보리달마(菩提達磨)로 불리었고, 줄여서 ‘달마’라 부르게 되었다. 반야다라 스님에게 도를 배우며 40년을 모시다가 스님이 열반한 뒤, 중국 포교에 나선 것이었다. 항해의 배를 타고 인도양 남태평양을 거쳐서 중국 양(梁)나라에 이르렀다.(520) 그리고 소림사(少林寺)에서 참선의 법을 전하고 중국 선종(禪宗)의 시조가 된다. 9년을 벽을 향해 앉아서 참선 했으므로 벽만 보는 도인 즉, ‘관벽(觀壁) 바라문’이라 불리기도 했다 한다. 달마 스님의 가르침이 독특하고, 그의 모습과 행동이 남달랐기 때문에 뒷날의 여러 설화와 예술작품에 나타나게 되었는데, 오늘에 와서는 동시에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어린이의 장난감 오뚝이는 바로 달마의 모습이다.  

 

달마도 / 정병도 

할아버지 
좋아하던 
달마도. 

코는 뭉뚝
눈은 부리부리 
털복숭이 수염.

할아버지
사진 곁을 
꿈쩍 없이 지키더니

할아버지가 닮았나?
달마도가 닮았나?
서로 닮은 달마도. 

동시집 ‘기분이 어때?’(2020) 


연담 김명국 선생의 달마도는 종이에 그린 수묵화요, 인물화이다. 산수화 인물화에 능했던 김명국 선생의 이 작품에는 거칠고 활달한 필치가 보인다. 색의 농도가 다른 두 가지 붓으로 그린 인물화에서 거친 선과 섬세한 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연담은 신필이며, 붓 가는 대로 작품세계를 펼쳐 간 예술인이었던 것이다.  

이는 선종의 시조인 달마의 선(禪)의 경지와 연담의 예술 세계가 일치한다는 말이다. 할아버지가 달마도를 좋아하시는 이유를 동시의 분위기에서 읽을 수 있다. 할아버지와 보리달마는 처음부터 닮은 인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달마도를 좋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달마의 사상에도 공감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달마도 한 장을 구해 와서 당신의 사진 액자 옆이 나란히 걸었을 것이다.    
 
“할아버지와 달마 스님이 닮아 있지? 보면서 생각해봐라.” 할아버지는 손자녀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며 웃었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닮아 있던 할아버지 사진과 달마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닮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 생각에서 시가 시작되었다. 견주어보면 할아버지와 달마의 뭉툭한 코, 할아버지와 달마의 부리부리한 눈, 할아버지와 달마의 털복숭이 수염이 서로 닮아 가고 있다.  

‘할아버지가 달마 스님을 닮아가는 것일까? 달마 스님이 할아버지를 닮고 있는 것인가?’ 이것이 화자 어린이의 생각이었다. 시의 결구(結句)는 할아버지와 달마가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적고 있다. 선문답 같은 표현이다.

시의 작자 정병도 시인은 전남 여수 출신으로 1989년 ‘아동문학’지에서 동시로 등단했으며, ‘하얀 겨울 새’(1996), ‘날 간지럽히렴’(2003) 등의 동시집을 출간했다. 광주·전남문학상(1991), 한국아동문예상(2011) 등을 수상했으며. 장학관을 거쳐 현재 교장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73호 / 2021년 2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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