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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성 옥천사 나한전

기자명 법상 스님

부처님도 알지 못하는 마음 누가 알까

휴정 스님 엮은 ‘선가귀감’ 구절
부처님 세상 나기 전 존재한 상
형상 없지만 뚜렷한 진리는 있어

고성 옥천사 나한전 / 글씨 성파 하동주(星坡 河東洲 1865~ 1943).

古佛未生前  凝然一相圓 
고불미생전  응연일상원
釋迦猶未會  迦葉豈能傳
석가유미회  가섭기능전
(옛 부처 나기 전에도
의젓하게 한 상(相)이 있어 둥글다.
석가 부처님도 알지 못했는데
가섭 부처님이 어찌 전할 것인가?)

“여기에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 지을 수도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도다. 한 물건이란 무엇인가? 옛사람이 송(頌) 하기를, 옛 부처 나기 전에 한 상이 뚜렷이 밝았도다. 석가도 몰랐거니 가섭이 어찌 전하겠는가? 하니 이것이 한 물건의 나는 것도 아니요, 죽는 것도 아니며, 이름 붙일 수도 없고 모양을 그릴 수도 없는 까닭이다.”

조선 중기 휴정 스님이 불가에 대한 요체를 간추려 엮은 ‘선가귀감’의 한 구절이다. 고성 옥천사는 여기에 나오는 내용을 나한전 주련으로 삼았다.

고불은 옛 부처를 뜻하는데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 이전 모든 부처님을 말한다. 이를 ‘과거불’이라 한다. 여기선 그동안 진리를 깨우친 모든 분을 아울러 표현한 것이다. 선종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포함해 ‘과거칠불’이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말하기위해 거창한 표현을 쓰고 있는지는 ‘응연일상원’을 살펴보면 감이 잡힐 것이다. ‘응연’은 점잖다, 의젓하다 등의 표현이고 ‘일상’은 하나의 형상을 말한다. 그렇다고 진짜 형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형상’이란 표현을 썼다. 그리고 그 형상은 2~3가지가 아닌 하나라는 것을 드러냈다. 여기에 덧붙여 말하기를 그 하나의 상은 원만함이라 했다. 이 도리를 말로써 나타낼 수가 없기에 선사는 법상에 올라가 대중들에게 원상을 그려 보이며 이러한 도리를 일러 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이 게송이 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도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부처가 있기 이전에도 있었던 것을 나타내 일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진여의 본체를 표현한 것이다.

승찬 스님의 ‘신심명’에는 “둥글기가 큰 허공과 같아서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거늘 취하고 버림으로 말미암아 그 까닭에 여여하지 못하다”고 했다. ‘허공장경’에서는 “문자도 마의 업이며, 이름과 형상도 마의 업이다. 부처님의 말씀까지도 또한 마의 업”이라고 했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보물이지만 무명에 가려져 보지 못해 밖으로 찾거나 아예 그것을 제쳐놓고 신(神) 놀음에 허우적거리는 것이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은 우리의 본래면목을 찾아 주기 위함이지 영웅이 되려고 오신 것은 아니다. 이는 부처님뿐 아니라 여러 성인이 다 그러하다. 본래면목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돼야 한다.

‘과거칠불’에서 여섯 번째 부처님은 가섭불이고, 일곱 번째는 석가모니불이다. 그러므로 여섯 번째 부처님이신 가섭불이 석가모니 부처님에게 어찌 전하겠느냐고 하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이를 석가모니불의 십대제자인 가섭존자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에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게송의 주어는 ‘마음’이다. 마음은 전할 수 있는 것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관조하는 대상이기에 수학 공식처럼 이해하고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마음을 마치 물건처럼 생각해 이를 찾아 닦고, 광채를 내려 하기에 마음은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지는 것이다.

불법은 마음이다. 그러기에 불교를 ‘심교’라 하고 부처님을 ‘심왕’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중생들에게 베푸신 말씀도 펼쳐 놓으면 팔만대장경이고 거두면 한마음이다. 이것이 불교가 다른 종교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573호 / 2021년 2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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