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에서 시작해 부파불교를 거쳐 유식불교에 이르는 심식론(心識論)의 변천을 일목요연하게 고찰한 ‘자은대사 규기와 심식론의 변천’이 출간됐다.
연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동국대에서 유식불교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박재용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가 법상유식의 관점에서 마음이 무엇인지를 다루는 심식론의 변천 배경과 과정을 촘촘하게 살펴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심식론은 왜 달라지게 되었는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심식론은 변화하였는가’를 화두 삼아 하나씩 풀어냈다.
저자는 책에서 초기불교-부파불교-유식불교로 이어지는 심식설의 변화를 법상유식의 관점에서 하나로 꿰어 정리했다. 법상유식은 인도의 유식논사 호법이 찬술한 ‘성유식론’에 기초한 법상교학을 이르는 말로, 법상유식 혹은 호법유식으로 불린다. 이에 법상종을 세운 자은대사 규기는 호법유식을 계승‧발전시켜 법상교학을 체계화했고, 자신의 주저인 ‘대승법원의림장’을 통해 독창적 사유를 하게 된다. 그리고 유식논사들 간의 쟁점이 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만의 독창적 내용을 보충했다. 책에서 ‘자은대사 규기가 인도유식을 어떻게 계승하였는가’를 자세히 살핀 이유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자은대사 규기의 생애를 ‘송고승전’을 통해 살피고 삼장법사 현장의 역경 사업과 법상종의 성립 및 법상교학의 특징을 다뤘다.
2부는 책의 핵심 주제인 심식론의 변천을 담았다. 초기불교 이후 부파불교를 거쳐 유식불교에 이르는 심식론의 변화를 살펴보고, 자은대사 규기가 어떻게 법상 고유의 심식론을 완성하고자 했는지를 고찰했다. 3부는 자은대사가 독자적으로 제시하는 오중유식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법상유식관의 특징을 정리했다.
저자가 “호법유식에서 전혀 다루지 않는 내용을 왜 굳이 규기가 추가해서 다루려고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시작한 연구의 결과물인 이 책은 1000년 불교교리사에서 심식론의 변화 과정을 밝히는 지적 탐구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독자들도 다소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유식과 심식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2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74호 / 2021년 2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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