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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선사들이 100년 동안 논쟁한 까닭?

  • 불서
  • 입력 2021.02.22 14:30
  • 호수 1574
  • 댓글 0

‘한국 선리논쟁의 전개’ / 김호귀 역 / 도서출판 중도

‘한국 선리논쟁의 전개’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을 말하는 선(禪)에서도 선의 종지를 표현하고 전수하는 방식은 언설과 문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언설과 문자로 이루어진 선 관련 문헌에는 선의 교의를 비롯해 역사, 문화, 수행, 행위, 문답 등 선에 대한 다양한 소재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선문헌에 기록된 내용의 영향을 받아 선의 역사가 전개되는가 하면, 다시 선의 역사로부터 선의 문헌이 영향을 받아 새롭게 간행되기도 했다. 또한 그 내용은 누가 기록했는가에 따라 상반된 내용으로 기록되는가 하면, 상반된 내용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래서 동일한 선리(禪理)의 기록에 대해서도 해석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의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리 논쟁은 바로 이런 점에서 첨예한 모습을 보여줬고, 중국선은 물론 한국선에서도 있어왔다.

이 책 ‘한국 선리논쟁의 전개’는 김호귀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가 조선후기 긴 세월에 걸쳐 전개된 선리논쟁과 관련된 텍스트를 모아 번역했다. 조선후기 선리논쟁에 직접 관련된 ‘임제록’ ‘임제종지’ ‘선문강요집’ ‘선문수경’ ‘김추사선생증백파서’ ‘선문사변만어’ ‘선문증정록’ ‘선원소류’ ‘선문재정록’ 등 9가지 문헌을 모아 번역함으로서 선리논쟁의 내면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역자는 조선후기 촉발된 선리논쟁의 역사는 “근원적으로 중국선의 ‘임제록’에 보이는 삼구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전제한다. 조선후기 백파긍선은 고려시대 천책의 ‘선문강요집’에서 논의된 임제삼구와 관련해 ‘선문수경’을 통해 자신의 논리를 전개했다. 임제삼구와 관련해 각각 조사선‧여래선‧의리선 등 삼종선을 내세우고 의리선과 격외선, 말후구와 최초구, 신훈과 본분, 여래의 삼처전심과 관련한 살과 활의 배대, 삼구와 일구의 관계, 달마의 삼처전심 등 다양한 선리를 내세웠다. 이에 초의의순은 ‘선문사변만어’를 지어 백파의 견해를 비판한다. 초의는 삼처전심, 삼종선을 임제삼구에 배대한 근거, 이선과 선종오가의 배대 등에 대해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하며 비판을 가했다. 역자는 이를 놓고 백파가 제시한 선리논쟁의 단초에 대해 “초의의 비판은 조선후기에 한국선리논쟁에 대한 큰 물줄기의 서막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한다. 

이후 우담홍기가 ‘선문증정록’을 지어 백파의 견해를 비판하고, 이에 다시 설두유형이 ‘선원소류’를 지어 백파의 견해에 동조하고 초의와 우담의 비판을 반박했다. 또한 축원진하가 다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등 임제삼구에 근거한 삼종선, 이종선, 살활, 삼처전심. 진공묘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선리 논쟁이 이어졌다.

이처럼 조선후기에 시작해 100여 년 간 이어진 한국선리논쟁은 중국에서 8세기에 불거진 남종과 북종의 정통논쟁 및 명말 청초에 전개된 법맥 논쟁보다도 오랜 기간에 걸쳐 전개됐다. 그럼에도 중국의 자파우월주의 논쟁양상과 달리 비교적 순수한 선리논쟁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후학들로 하여금 더욱 깊이 참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자의 번역을 통해 조선후기 선사들이 10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어온 논쟁의 핵심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3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74호 / 2021년 2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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