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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경자년 동안거 해제 법어

기자명 법보
  • 교계
  • 입력 2021.02.26 00:54
  • 수정 2021.02.26 09:17
  • 호수 1575
  • 댓글 0

살았다고도 말하지 않고 죽었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원각 스님.
원각 스님.

도오원지(道吾圓智) 선사와 점원중흥(漸源仲興) 선사가 인근 마을 상갓집에서 함께 조문을 마친 뒤 중흥이 물었습니다.
“생야(生耶)오? 사야(死耶)오? 살았습니까? 죽었습니까?”
그러자 도오가 말했습니다.
“생야부도(生耶不道)요 사야부도(死耶不道)로다. 살았다고도 말하지 않고 죽었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다시 두세 번 물었으나 돌아온 답변은 여전히 “말하지 않는다.” 였습니다.

선지식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모든 것을 공부로 연결시켰고 또 법담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삶 그 자체가 바로 수행인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상갓집이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도오 선사의 양변을 벗어난 한 마디에 바로 알아차렸다면 그 자리에서 생사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중흥은 여전히 생사 속에서 헤맬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던진 말이 올가미가 되어 계속 그 말에 끄달림을 면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흥은 도오 회상을 떠나야 했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뒷날 도오가 열반한 뒤 중흥은 그 화두를 해결하지 못하고 석상경저(石霜慶諸) 선사에게 가서 똑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중흥의 질문에 석상 역시 도오의 법을 이은 제자답게 똑같은 답변을 했습니다.
“살았다고도 말하지 않고 죽었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중흥 선사는 깨달았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사는 것도 온전함을 전부 드러낸 것이며 죽은 것도 온전함을 모두 드러낸 것입니다. 본분사에는 삶과 죽음이라는 앞뒤의 구별이 없습니다. 그래서 ‘말로는 할 수 없다’는 그 말에서 그 낙처(落處)를 꿰뚫을 수 있다면 바로 천하 사람들의 혀끝을 꼼작 못하게 꽉 틀어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반드시 스스로 참구하여 스스로 깨달아야 함을 중흥은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해제일입니다.
대중 스님들께서 결제 때 여법하게 열심히 정진했습니다.
그러나 해제하면 자칫 해이해지기 쉽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하고, 비대면을 해야 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역 경계를 만났을 때 오히려 혼자서 마스크 쓰고 공부하면서 만행하던지, 선원에 남아서 정진하던지, 산중 토굴에서 정진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코로나 위기도 극복하고 정진을 더 잘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정진하다 보면 시절 인연이 도래할 때 생야(生耶)와 사야(死耶)가 둘이 아닌 경지가 어느 날 한순간에 드러날 것입니다.

생사사생휴갱문(生死死生休更問)하라
종래일오타삼경(從來日午打三更)이로다

살았건 죽었건 죽었건 살았건 묻지를 말라.
원래부터 한낮에는 삼경(三更)종을 쳤노라.

동안거 해제일에.

[1575호 / 2021년 3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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