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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대미 장식했던 ‘낙화법’ 기원 찾았다

  • 교학
  • 입력 2021.02.26 21:45
  • 수정 2021.02.27 10:46
  • 호수 1575
  • 댓글 2

태경 스님·강향숙 교수 연구 분석
영평사 ‘오대진언집’ 낙화법 구명
수구다라니 신앙 품은 불교 의례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가치 충분”

수많은 불교의례 가운데 ‘낙화(落火)’라는 것이 있다. 이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연등회의 마지막을 장엄했던 관화(觀火) 의식에서 비롯됐다. 고려 태조 때 상원연등회에 속해 시행돼 왔고 조선 중기를 거치며 ‘낙화(落火)’란 이름으로 거듭났으나 현재는 사라지고 세시풍속인 낙화놀이로만 근근이 맥을 이어오는 상황.

이런 가운데 최근 불교 의례로서의 낙화를 조명한 첫 연구서, ‘불교의례 낙화법의 기원과 형성과정(경인문화사)’이 발간됐다. 조계종 교육원 교육아사리 태경 스님과 강향숙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교수가 낙화법(落火法)의 가치를 알리고자 힘을 모았다.

2018년 8월 영평사 경내에서 열린 ‘제3회 낙화 전통문화축제’. 연등 사이로 낙화봉지가 타오르며 불꽃이 흩날리고 있다. 세종시 홈페이지 제공<br>
2018년 8월 영평사 경내에서 열린 ‘제3회 낙화 전통문화축제’. 연등 사이로 낙화봉지가 타오르며 불꽃이 흩날리고 있다. 세종시 홈페이지 제공

그들에 따르면 연등회의 시작과 끝에는 ‘관등(觀燈)’과 ‘관화(觀火)’라는 의식이 있었다. 관등(등을 보다)은 부처님의 지혜를 보는 것, 관화(불을 보다)는 삿된 기운을 정화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관화는 화산(火山, 산 모양으로 쌓아올린 나무에 불을 붙여 불덩어리를 만드는 것)을 보며 재앙·재난을 소멸시키는 의식이었다. 동시에 그 불덩어리는 부처님의 지혜 광명을 상징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 관화 의식은 점차 사라져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관화의 기록이 종종 나타났지만 명종 16년(1561) 이후로는 자취를 감췄다. 저자들은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군수물자의 수급 제한을 꼽았다. 관화를 하려면 화산이 필요했는데 화산의 주원료는 화약이었다. 군사물자인 화약은 염초·황·숯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만든다. 조선 중기부터 염초와 황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중단된 게 아니냐는 게 저자들의 분석이다.

중단됐던 관화 의식을 되살린 건 민중들이었다. 국가·왕실에서 설행하지 못하자 사찰·민가가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다만 염초와 황은 구하지 못해 숯만 가지고 의식을 행해야 했다. 숯은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사찰의 공역물이기도 했다.

국가·왕실이 행했던 관화는 화산을 만들어 불꽃을 위로 쏘아올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사찰·민가는 한지 위에 소금·향·숯을 넣고 이를 돌돌 말아 장대 위에 높이 매단 후 태웠다. 이때 불꽃이 탁탁 소리를 내며 아래로 떨어졌다. 명칭도 ‘떨어질 낙(落)’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의례의 시작이었다.

국가·왕실이 주도했던 것과 달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낙화는 재앙을 막고 액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로 충분했다. 하지만 낙화 설행 방식은 사찰과 민가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의례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았던 민가는 낙화를 놀이로 승화시켰다.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함안낙화놀이’ ‘무주안성낙화놀이’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영평사 소장본 ‘오대진언집’. 공란에 묵서로 적힌 낙화법 설명이 있다. 낙화에 필요한 자료, 실담자, 진언이 소개돼 있다.

한편 사찰은 수구다라니 신앙을 결합시켜 불교 의례로서의 성격을 강화했다. 수구다라니 신앙에는 큰 불덩어리를 부처님의 지혜 광명으로 묘사하고 이를 관(觀)하면 고난과 재난이 소멸된다고 봤다.

이러한 신앙의 흔적은 세종 영평사가 소장한 ‘오대진언집’에서 발견된다. 17세기 후반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대진언집’ 영인본 공란에는 낙화법 절차를 소개하는 묵서가 있다. 의식에 필요한 재료, 실담자, 진언이 차례로 적혀있다. 이는 낙화가 단순히 즐기는 놀이가 아니었으며 경전에 근거한 수행법이자 신앙 의례였음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낙화신앙은 한국불교에서만 발전한 독창적인 의례이지만 현재 연등회에서는 관화(=낙화) 요소가 희미해진 상황”이라며 “낙화법이 전통적인 불교 의례였던 것 만큼 그 가치를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교육원 교육아사리 태경 스님과 강향숙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교수가 낙화법(落火法)의 가치를 알리고자 힘을 모았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75호 / 2021년 3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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