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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환경과 불교

기자명 진원 스님

내 오른쪽 어깨에는 커다란 우두자국이 남아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콜레라, 장티푸스 등이 지금의 코로나19와 같은 공포였다. 친구들이 며칠 씩 학교에 오지 않으면 혹시 죽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고, 감염된 집은 붉은 깃발로 격리됐다. 예방주사는 팔이 짓무르도록 2~3일에 한 번씩 맞았다. 그래도 그 속에서 우리는 용케 살아남았다.

이후로도 질병들은 새롭게 창궐했고 1990년대부터는 이름조차 생소한 조류인플루엔자(AI), 사스, 메르스, 신종인플루엔자를 비롯해 최근의 코로나19까지 끊임없이 인류를 괴롭혀 왔다. 원인이야 학자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인류가 자초한 업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제 백신이 보급되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느리게나마 일상을 되찾아 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세상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환경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어떻게든 재편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심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 같은 재앙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답답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불교는 인류와 세상을 위해 어떤 처방을 내놓을 것인가.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공동체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환경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미 공업(共業)이 자업자득이 되어 인간 개개인에게 돌아오고, 개개인의 개별 업은 우리 공동체의 업으로서 상관관계가 명확함을 인지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공업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종교는 불교다. 불교는 항상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자연친화적이고 인간과 생명이 동행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 불교는 위기에 직면한 자연과 인간을 위한 구체적인 담론을 형성하고 시스템을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그 담론을 실행할 전달체계를 만들고 개개인의 역량을 연대하는 작업들이 시급하다. 다행히 불교는 중앙집권적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종단에서 이러한 의제를 가지고 있다면 종도들은 함께 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종단 안에는 환경분과위원회가 있고, 불교환경연대 등 NGO단체들이 이미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은 이들의 활동에는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담론을 실행할 시스템이 없기도 하지만, 반드시 수반되는 예산이 없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회비에만 의존하고, 활동비조차 부족한 실정에서 절체절명의 환경 문제에 이슈를 만들어내고 실천 운동으로 확산시키기에는 한계가 분명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돕기 위해서 종단은 반드시 예산을 만들어서 활동가들 양성하고 역량강화를 위해 지원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때 불교계는 환경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선두에 섰었다. 환경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수경 스님, 도법 스님, 지율 스님 등이 새만금 문제, 천성산 터널 반대 운동, 모래가 흐르는 강 댐건설 반대 등 많은 환경운동에 앞장섰다. 그러나 결국에는 구심점이 되는 실천가들을 양성하지 못하고 대가 끊기고 만 셈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되살리고 정착시킨 이후에는 사찰마다 운동성을 가지고 사부대중이 함께 작은 단위의 실천들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 개개인의 가치에 맡길 것이 아니라 종단차원에서 사회운동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우리를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감염의 확산을 멈추게 하거나 최소한 늦출 수는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 장티푸스로 죽지 않고 용케도 살아남았듯이 말이다. 마구잡이로 만들고 소비하는 행태를 지속한다면 우리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 할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인간이 멸종하지 않으리라고 자신해서는 안 된다. 환경문제에는 옳고 그름도, 선후도 없다. 바로 지금 시작하는 당위성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적 대안이다.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suok320@daum.net

 

[1575호 / 2021년 3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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