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우리 민족의 삶과 궤를 함께 했다. 그래서 일상의 많은 부분이 불교문화에서 태동했고, 불교의 많은 흔적은 고스란히 우리의 문화유산이 됐다. 외형적으로는 건축물과 기록‧예술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고, 내면적으로는 조상들의 지혜가 곳곳에 배어 전해온다.
그처럼 선조들이 남긴 오랜 세월의 지혜를 잘 보존하고 전승해온 사찰은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찾아볼 수 있는 도서관 같은 곳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이야기와 문화를 간직한 사찰을 지혜롭게 통찰하면 그곳에서 새로운 1000년을 내다볼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여행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작가 남민도 “사찰은 현재를 통찰하고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도서관”이라고 말한다. 기껏 먼 길을 와서는 산책하듯 사찰을 둘러보고 떠나가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하며 이 책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사찰’을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사찰마다 누가 왜 창건했으며, 무엇을 지향하고 무엇을 남겼는지, 천년 고찰 역사 속에서 어떤 중대한 일이 일어났고, 그것이 오늘날 어떤 의미와 가치를 전하고 있는지를 담아내려 노력했다. 여기에 사찰 이름의 유래와 사찰이 위치한 산 이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더했다. 그래서 저자가 소개하는 사찰에 깃든 이야기 속에서 불교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역사, 상식,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최근까지 10여 년간 계획적으로 500개 사찰을 답사했다. 그 가운데 5대 적멸보궁을 시작으로 지역별 대표사찰, 국보와 보물을 가득 품은 사찰, 기도도량, 신화와 신비를 간직한 사찰, 문화적 감성을 발현하게 하는 도량, 사유힐링이 가능한 도량 등 50개 사찰을 꼽아 책에 담았다.
유럽의 성당을 여행하면서 종교에 관계없이 내부에 들어가 둘러보는 사람들이, 정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세계적인 보편적 가치를 지닌 사찰에 그려진 불화와 불화를 그린 금어에는 관심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저자가 꼼꼼하게 살피고 풀어낸 이야기를 엮은 책은 사찰의 진가를 발견하는 관찰 여행기라 할 만하다. 또한 저자의 안내에 따라 사찰을 살피면서 자기 삶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1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75호 / 2021년 3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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