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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비전 제시한 선지식 탄허 스님 일대기

  • 불서
  • 입력 2021.03.02 13:45
  • 호수 1575
  • 댓글 0

‘탄허의 예언과 그 불꽃같은 생애’ / 자현 스님 지음 / 민족사

‘탄허의 예언과 그 불꽃같은 생애’

‘현토역해 신화엄경합론’을 번역‧출간해 우리 민족문화사에 영원히 빛날 금자탑을 쌓았다고 칭송 받는 화엄학의 대가 탄허 스님은 예지적 능력이 화제가 되면서 그 진면목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선지식이기도 하다.

스님은 미래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신화엄경합론’ 번역에 전념하는 한편, 통일시기가 도래하고 우리나라가 태평양시대를 주도할 국가로 부상할 것을 예견하면서 도의적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역설했었다. 여기서 도의적 인재는 화엄사상으로 무장하고 동체대비 원력과 언행일치를 갖춘 사람으로, 다양화되고 파편화된 현대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재라는 점에서 당시 스님이 갖춘 통찰력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교 내부의 시선은 대부분 ‘신화엄경합론’ 번역에 머물렀고, 세간은 스님의 예지적 능력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정작 스님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조명은 더디기만 했다. 이에 중앙승가대 교수와 월정사 교무국장으로 활동하며 2020년 ‘제1회 한암상’을 수상한 자현 스님이 탄허 스님의 일대기를 조명해 ‘탄허의 예언과 그 불꽃같은 생애’에 담아냈다.

불교뿐만 아니라 유교와 도가까지 아울러 원융적 개념을 제시하며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예지적 능력과 교육자로서의 뛰어난 능력까지 보여준 탄허 스님은 1913년 전북 김제 만경에서 독립운동가 율제 김홍규 선생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918년부터 10여 년간 부친과 조부 등에게 ‘사서’와 ‘삼경’을 비롯해 유학 전 과정을 배웠고, 1929년 17세에 충남 보령으로 옮겨 기호학파 면암 최익현의 제자 이극종으로부터 다시 ‘시경’을 비롯한 ‘삼경’과 ‘예기’ ‘춘추좌전’ 등 경서를 수학했다. 그렇게 경서를 배운 스님은 1932년 20세 즈음에 이르러 ‘도덕경’과 ‘장자’ 등 도가의 경전을 읽으면서 ‘도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훗날 스승이 된 오대산 한암 스님에게 편지를 보내 가르침을 받았고, 22세에 입산하기까지 20여 통의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불문에 귀의할 것을 다짐했다.
 

탄허 스님은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이자 사회계몽에 있어서 실천적 스승이었다.

스님은 출가 후에도 유교와 도교 경전을 도외시하지 않았고, 그 중에서도 ‘노자’ ‘장자’ ‘주역’은 후학들에게도 불전과 함께 공부할 것을 권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1955년 조계종 강원도 종무원장 겸 월정사 조실에 추대되고, 다음해 월정사에 설치한 조계종 오대산 수도원 외전으로 이들 서책을 택하기도 했다. 스님은 이때 외부강사를 초빙해 동서 철학 특강을 열기도 했다. 따라서 당시 수도원 교육은 불교와 사회 전반에 걸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스님의 이상론을 담은 최초의 교육결사라 할 수 있다.

스님은 또 ‘주역’을 바탕으로 한 과거 정립과 미래예측에도 스스럼이 없었고, 종교와 관련해서도 새 시대에 걸맞는 자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서양 철학사까지 두루 관심을 보였던 스님은 30여 년 간 역경을 통해 15종 74책이라는 분량의 경전을 번역해서 간행하는 것으로 후학들의 공부를 독려하고, 1983년 세수 71세 법랍 49세로 입적했다.

이러한 탄허 스님의 생애를 ‘예언자로 인식된 탄허 스님’ ‘유생에서 불승으로’ ‘교육이념과 철학’ ‘도의적‧도덕적 인재 교육’ ‘화엄경 현토‧번역‧간행’ ‘스님의 존재 가치’ 등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풀어내고 지인과 나눈 서간문과 붓글씨까지 더해 엮은 자현 스님은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미래비전을 제시할 선지식이 필요한 현 시대에 주목할 스승이 바로 탄허 스님”이라고 강조했다. 새벽 참선으로 하루를 시작해, 통찰력으로 미래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사회‧종교‧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선지식이라는 설명이다. 

“불교적 문화콘텐츠와 동아시아적 세계관이 필요한 오늘날 탄허 스님의 불꽃같은 삶과 사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 자현 스님이 엮은 책에서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이자 사회계몽에 있어서까지 실천적 스승이었던 탄허 스님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1만65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75호 / 2021년 3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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