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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다고 아쉬워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 불서
  • 입력 2021.03.02 13:59
  • 수정 2021.03.02 14:01
  • 호수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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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가난’ / 선행 스님 / 담앤북스

‘맑은 가난’

누구의 일생이든 그 자체로서 한 편의 드라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고, 눈물과 탄식, 역동성과 희비가 지문처럼 드리워져 있다. 하물며 평범한 일상을 뒤로 하고 산문에 든 수행자의 삶은 울림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맑은 가난’은 선행 스님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엮은 책이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썼기에 수필(隨筆)이면서, 펜으로 손수 썼으므로 수필(手筆)이고, 스님의 글쓰기가 빼어나 수필(秀筆)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님은 강백이면서 수좌이고 전법승이다. 스님은 1985년 진철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통도사 강원과 율원을 거쳐, 은해사 삼장경학원을 1기로 졸업했으며, 해인사, 법주사 강사를 거쳐 백양사, 선운사 승가대학장을 역임했다. 또 해인사, 송광사, 봉암사 등 선원에서 10여년간 좌복을 벗 삼아 누구 못지않게 치열하게 정진했다. 지금은 영축총림 통도사 포교국장 소임을 맡아 포교 일선에서 불법 홍포에 앞장서고 있다.

책은 전체 4개 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주로 출가해서 살아온 이야기, 대중과 불교대학 강의를 하며 수행한 얘기들이다. 출가해서 늘 함께했던 여러 스님들에 관한 이야기는 깨달음과 중생제도라는 같은 길을 걷는 도반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2장은 기도와 발원에 관한 이야기다. 원력과 발원을 담은 간절한 기도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혼탁한 세상을 정화하는 힘도 지닌다. 스님들이 사찰에서 공양을 준비하면서, 3000배를 하면서, 안거를 지내면서, 매일 축원카드 속에 적힌 600여명의 이름을 정성껏 부르며 했던 기도들은 소소한 감동을 전해준다.

3장은 주로 정진하며 지낸 이야기다. 안거 중에 일어난 일, 매주 글을 연재하며 울력을 다한 일, 불교방송 등에서 대중강의를 하면서 느낀 스님의 수행정진에 대한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4장은 스님이 겪어온 수행의 삶을 망라하듯 출가와 공부, 강의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연재와 방송, 불교대학 등 강의를 정리하면서 쓴 글로 수행과 불법 홍포에 대한 발원이 녹아 있다. 특히 ‘수행은 모든 것에 가난하다는 마음이 절실할수록 더욱 깊어진다’는 신념으로 35년을 꾸준히 수행해온 스님이지만 매일매일 스스로를 성찰하는 모습에서 경건함마저 든다. 또 400년 수령의 통도사 자장매화와 호랑이 기운을 누른다는 호압석 등에 얽힌 사연과 새해 첫날 이뤄지는 통알과 세알, 안거와 해제 때 풍경, 큰 나무를 베기 전 목신이 거처를 옮기라고 붙여 놓는 목신이거(木神移居) 등 세시풍속도 흥미롭다.

청빈의 수행자 선행 스님. 언젠가 스님이 관장하는 ‘통도’ 잡지 후기에 썼다는 문구는 누구라도 허전하거나 스스로를 다잡고 싶을 때마다 곱씹어도 좋을 경구 같다. “꽃 진다고 아쉬워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성한 잎에 토실해지는 열매가 채워주고 있습니다. 무엇을 잃었다기보다는 진일보(進一步)의 마음이 절실한 때입니다.” 1만4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75호 / 2021년 3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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