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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방화도 충격인데 범인이 사미라니

  • 교계
  • 입력 2021.03.06 13:59
  • 수정 2021.03.06 14:15
  • 호수 1577
  • 댓글 13

내장사 대웅전 비극 9년 만에 재현
방화범은 올해 강원 졸업한 예비승려
“절에서 기도하고 싶다” 요청에 허락
출가자 인성검사·방화시스템 점검 필요

내장사 대웅전이 전소된 모습. 신용훈 기자
내장사 대웅전이 전소된 모습. 신용훈 기자

대웅전에 불이 난 것은 3월5일 오후 6시40분경. 내장사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접수한 전북소방본부가 화재 진압에 들어갔으나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대웅전 전체가 전소되기에 이르렀다. 대웅전 안에 모셔졌던 불상과 불화 등도 모두 소실됐다.

내장사 대웅전이 방화로 불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처음에는 이교도 소행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이교도가 사찰에 난입해 훼불을 자행하는 일들이 잦았고, 지난해 11월3일에도 “신의 계시”라는 기독교인이 남양주 수진사에 난입해 전각에 불을 질러 전소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장사 대웅전 방화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전에 방화범이 같은 절에서 생활하던 스님으로 밝혀지면서 불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동료들과 마찰을 빚던 53세 승려가 술에 취해 대웅전에 인화물질을 붓고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스님이 절에서 버젓이 불음주계를 어긴 것은 차치하고라도 출가자가 부처님이 모셔진 법당에 불을 지른 것은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참담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불을 지른 당사자는 경찰조사에서 “함께 생활하던 스님들이 서운하게 해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보신문 취재결과 방화범은 올해 2월 승가대학(강원)을 졸업한 사미(예비승려)였다.

이날 밤 종무소에서 만난 내장사 대중도 충격에 휩싸였다. 한 스님은 “늦깎이로 출가한 그가 얼마 전 승가대학 졸업을 앞두고 절에서 기도하며 지내고 싶다고 의사를 밝혀와 내장사도 이를 받아들였다”며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게 절집 풍습인데 이런 일을 저지를 줄 어찌 알았겠냐”고 말했다. 내장사 한 불자도 “다른 스님과의 갈등으로 불을 지른 것처럼 일반 언론에 보도됐지만 그 스님이 다른 분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오늘 저녁 여럿이 공양할 때까지도 그 스님이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여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불자는 “대웅전이 불에 탄 것은 가슴 아프고 통탄할 일이지만 그나마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깊은 한숨을 토했다.

이번 방화로 내장사 대웅전도 다시 비운을 맞게 됐다. ‘호남의 금강’이라는 내장산의 랜드마크 내장사는 636년 백제 무왕 때 창건돼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어진이 이곳에 모셔져 스님들이 밤낮으로 이를 지켜낸 호국사찰이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소실됐고 1958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돼 전라북도 기념물 63호로 지정됐으나 2012년 10월12일 오전 2시10분경 전기 문제로 화재가 발생해 전소했다. 이에 내장사 대중을 중심으로 2014년 6월 본격적인 복원불사에 들어가 2015년 7월말 제모습을 되찾았었다.

이번 내장사 대웅전 방화는 불교계에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출가 과정에서의 엄격한 다면적 인성검사는 물론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고충 등 심리상담프로그램 운영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찰 주요 전각의 방재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전북소방본부 제공

한편 대웅전 방화범이 스님으로 밝혀지자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밤 입장문을 통해 “종단 소속 승려가 고의로 불을 지른 행위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출가수행자로서 최소한의 도의마저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하고 “방화를 한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종단 내부 규율인 종헌종법에서 정한 최고수위의 징계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교구본사인 선운사도 3월6일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 교구를 관장하고 있는 선운사는 국민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비통한 마음으로 참회를 드린다. 출가수행자로서 탐진치 삼독의 번뇌를 끊지 못하여 고의로 방화를 한 행위는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이다”며 “종단과 긴밀히 협조해 이번 방화사건이 발생되게 된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읍 내장사=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

[1576호 / 2021년 3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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