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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불교성전’ 보급운동 절실하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3.09 09:50
  • 호수 1576
  • 댓글 3

초기·대승·선의 정수 가득
전문용어 지양· 쉬운 언어로
품격 더할 개정·보완은 필연

‘대한불교조계종’간 최초의 ‘불교성전’이 2월24일 봉정됐다. 2019년 4월 출범한 불교성전편찬위원회는 지난 2년간 30차례에 이르는 공의를 거쳐 경율론 삼장에 담긴 정수를 집대성했다. 부처님과 선지식의 가르침이 배어있는 이 성전은 부처님처럼 살아가려는 우리들이 걸어가야 할 길을 밝혀 주는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방대한 경전을 한 권의 책에 담으려 시도한 최초의 인물은 1881년 ‘불교교리문답(The Buddhist Catechism)’을 선보인 미국인 헨리 스틸 올코트(H.S Olcott)이다. 교리에 입각해 불교의 본질에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뒤를 이은 건 ‘붓다의 복음: 오래된 기록들로부터(The Gospel of Buddha: According to Old Records)’를 출판한 독일계 미국인 폴 카루스(Paul Carus)다. 1893년 열린 ‘시카고 세계종교의회’에 참석해 스리랑카의 다르마팔라와 일본의 사쿠 소엔 등의 강연을 들으며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회의 참석 1년 후인 1894년 영어·불어·독일어로 번역된 불교경전들에서 가려 뽑아 ‘붓다의 복음’을 출간했다. 훗날 ‘미신을 정화한 과학적 종교’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이지시대의 일본 불교계는 서구문명 유입과 함께 전파된 기독교 선교에 위기의식을 절감하고 있었다. 아울러 간편하게 소지할 수 있는 기독교 성경의 효율성, 즉 선교 대중화에 주목했다. 폴 카루스가 참석한 ‘시카고 세계종교의회’에서 아시츠 지츠넨(蘆津實田)이 전한 한 마디는 유명하다. “만일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 모든 불교경전을 읽어야 한다면 세상에는 한 명의 불교도도 없을 것이다.” 그로부터 12년 후인 1905년 난조 분유(南條文雄)와 마에다 에운(前田慧雲)의 ‘불교성전’이 나왔다. 

근대시대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성전은 만해 스님이 1914년 출간한 ‘불교대전’이다. 만해 스님 홀로 150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고려대장경을 열람하며 불과 2년여만에 편찬출간한 사실 앞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지대한 원력을 느낄 수 있다.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른 1972년 11월 동국역경원이 ‘불교성전’을 간행했다. ‘정화불사’가 마무리 되며 종단의 틀을 갖춘 조계종이 성전의 필요성을 절감한데 기인한다. 머리말에 나와 있듯이 ‘대장경이란 울창한 숲에서 따놓은 몇 개의 잎사귀에 지나지’않는다 해도 ‘소담스런 나뭇잎은 두루 모았’기에 신행의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

조계종이 출간한 ‘불교성전’의 특징은 다양하겠지만 하나를 꼽자면 주제별로 초기·대승·선어록 등을 수록했다는 점이다. 하나의 주제를 통해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에 이르는 교리·사상을 통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가능한 불교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 쓰려는 노력도 역력히 보인다. 부처님과 선지식의 말씀을 불자들 가슴에 좀 더 영롱히 빛나게 하려는 편찬위의 바람과 정성이 빚은 결과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올코트의 ‘불교교리문답’은 20여개의 언어로 번역됐다고 한다. 지금도 스리랑카 학교에서 불교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1905년 나온 일본의 ‘불교성전’은 1927년까지 매년 중쇄됐을 정도로 널리 보급됐다. 1925년 나온 ‘신역불교성전’은 현재까지도 일본대표 불교성전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보급과 개정의 중요성을 포착할 수 있다.

포교원을 중심으로 일선 사찰과 지도자 위치에 서 있는 사부대중은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성전’이 불자들의 손에 잡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례로 각 사찰에서는 ‘불교성전’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법회와 함께 교재로 쓸 수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1불자 1불교성전’에 기반한 수지독송·법보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불교계의 숙원 불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호텔 보급’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야 한다. ‘성전편찬위원회’도 이미 유념해 두었겠지만 놓쳐서는 안 될게 하나 있다. 지금의 ‘불교성전’은 초판이라는 사실이다. 대덕스님과 불교학자의 혼이 깃든 ‘불교성전’이겠지만 개정은 필연이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점이 있다면 심도 있게 검토·보완해야 한다. 불교에 입문한 불자가 생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 이르러서도 안고 있을 ‘불교성전’을 지향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1576호 / 2021년 3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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