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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수행자를 교화하다

부처님, 자비롭지만 따끔한 경책도 마다하지 않아

한 끼 식사의 공덕 설한 부처님
이를 면전에서 거부한 밧달리
훈계나 꾸중 대신 지켜만 보다
참회하자 조목조목 잘못 지적

동아시아에서는 ‘스승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스승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기도 한다. 부모님이 나의 육신을 낳아주셨다면, 스승은 올바른 가르침으로 인격을 성장시켜 주신 분이기 때문이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께서 싱갈라까라는 젊은 바라문에게 육방에 대한 가르침을 주시면서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한편 부처님께서 비구 수행자들에게 스승으로서 제자를 가르치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그 중에서 스승인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서 대놓고 “저는 그렇게 하지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한 존자 밧달리(Bhaddāli)를 교화하신 내용이 있다.(‘맛지마니까야’ 65번경인 ‘밧달리경(Bhaddālisutta)’)

어느 날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루 한 끼 식사의 장점을 말씀하시면서 한 끼 식사를 통해 병이 없고 건강하고 상쾌하고 힘이 있고 안온한 것을 즐기길 바란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에 존자 밧달리는 “저는 한 끼 식사로는 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는 가르침의 의미를 살피지 않고 대놓고 “못해요!”라고 말한 것이다.

[붓다] 그렇다면 밧달리여, 그대가 초대받은 곳에서 일부를 먹고 일부는 가지고 와서 나중에 먹어도 좋다. 밧달리여, 그대는 이와 같이 식사하면서 생명을 보존하도록 하라.
[밧달리] 세존이시여, 저는 감히 그와 같은 식사로도 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제가 만약 그와 같은 식사로 산다면, 저는 그것에 대하여 걱정하고 후회할 것입니다.

하루 한 끼로 살 수 없다고 대놓고 말한 밧달리에 대해서 부처님께서 공양 받은 음식의 일부를 갖고 와서 나중에 먹어도 좋다는 이른바 절충안을 제시하셨다. 그럼에도 밧달리는 그것마저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는 다른 스님들은 모두 3개월 안거동안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생활했지만, 밧달리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선언하고 스승인 부처님을 찾아뵙지도 않았다.

경전에서는 부처님 또한 그러한 밧달리를 따로 불러 훈계하시거나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렇게 3개월의 안거가 지나가게 되었다. 많은 비구 스님들은 부처님께서 안거를 마치고 유행을 떠나실 때 입으실 옷을 만들고 있었다. 그 때 밧달리가 비구 스님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게 되었고, 스님들은 “그대가 선언한 말을 잘 숙고하라. 그 때문에 나중에 그대가 한층 더 번민하게 되지 않길 바란다”고 진심어린 충고를 하게 된다. 이에 밧달리는 부처님을 찾아뵙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참회하게 된다. 

밧달리가 참회하자, 부처님께서는 바로 그를 용서하지 않으시고, 그의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하신다. 먼저 밧달리 자신의 행위가 어떤 행위였는지를 정확히 알게 하시고, 그 뒤에는 그 같은 행위가 동료수행자들에게는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재가신자들에게는 어떻게 인식되는지, 그리고 외도들에게는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하나하나 말씀하시면서 그 잘못을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가르치신다. 그리고 올바른 수행자의 예를 통해 밧달리의 행위가 올바른 수행자와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음을 또한 지적하신다. 실제 경전의 내용을 보면 매우 단호하면서도 엄격한 부처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엄격한 가르침 뒤에는 “밧달리여, 그러나 그대의 잘못을 잘못으로 보고 법도에 맞게 대처했으므로 우리는 그대를 용서하겠다. 왜냐하면 밧달리여, 앞으로 삼갈 수 있도록 자신의 잘못을 잘못으로 보고 법도에 맞게 대처하는 것은 거룩한 계율 안에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제자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부처님은 대자대비하신 분이시지만, 잘못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질책하시는 모습도 보여주신다. 부처님의 서릿발 같은 훈육은 잘못을 스스로 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에 목적이 있다. 그래야만 그가 올바른 수행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밧달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올바른 수행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76호 / 2021년 3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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