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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원 분원장 스님들의 이중고

얼마 전 재단법인 선학원 소속 한 분원장 스님을 만났다. 이 스님은 선학원 분원장 스님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열거하면서 “조계종과 선학원 이사회의 갈등으로 애꿎은 선학원 분원장들만 중간에서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선학원 이사회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조계종에서는 이렇다 할 대응방안은커녕 종단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는 말도 건넸다.

이 스님이 아니더라도 조계종과 선학원이사회와의 갈등이 7년 넘도록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적지 않다. 통합종단조계종이 출범한 이후 선학원과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완전한 결별’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선대스님들은 ‘조계종과 선학원이 한 뿌리’라는 인식을 놓치지 않았고, 이를 토대로 대화로 갈등을 풀어가곤 했다. 그러나 2014년 조계종이 종단 정체성 함양과 소속 법인의 지원관리를 위해 제정한 ‘법인법’으로 촉발된 양측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선학원 이사회는 ‘법인법’제정에 반발해 ‘조계종 종지종풍을 봉대한다’는 정관규정을 삭제한 데 이어 자체적인 수계·도제교육을 진행하면서 탈종단 수순을 밟고 있다. 조계종도 선학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강도 높은 대응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는 사이 선학원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은 조계종과 선학원의 이중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조계종으로부터는 종단에 등록되지 않은 법인소속이라는 이유로 선거권·피선거권 등 각종 권리를 제한받고, 승려복지 수혜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선학원으로부터는 재단에 등록한 사찰 재산권을 볼모로 ‘조계종에서 벗어날 것’을 강요받고 있다. 창건주로 위임받기 위해서는 ‘조계종 제적원’을 제출해야 하고, ‘재단이사회의 행정지침에 동의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등의 각종 각서를 내야만 분원장으로 임명받을 수 있다. 선학원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은 “사실상 노예계약”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지만, 언제든 창건주·분원장 지위가 박탈될 수 있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권오영 기자

그럼에도 선학원 문제를 다뤄왔던 조계종 내 기구의 활동은 미진하다. 조계종 선학원정상화추진위는 몇 차례 회의를 열었을 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고, “비구니 선학원 창건주·분원장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며 발족한 전국비구니회 선학원대책위도 오래 전부터 위원회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물론 선학원이 재단법인으로 구성돼 세간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종단 차원에서 뾰족한 대응방안을 찾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1000여명의 선학원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의 고충을 외면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한국불교 정체성의 근간이 됐던 선학원을 조계종사에서 떼어낼 수도 없다. 그렇기에 조계종은 지금이라도 선학원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것이 조계종 정체성을 회복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oyemc@beopbo.com

 

[1576호 / 2021년 3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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