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g 미숙아의 사투…병원비만 1억7000만원
540g 미숙아의 사투…병원비만 1억7000만원
  • 김민아 기자
  • 승인 2021.03.26 20:59
  • 호수 157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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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토안씨 부부…큰아들만 고향에 두고 8년째 한국살이
임신중독으로 26주 만에 둘째 출산…늘어나는 병원비에 한숨
엄마 뱃속에서 26주만에 540g으로 세상에 나온 당은 작은 몸에 주삿바늘과 온갖 기계를 연결한 채 얕은 숨을 내쉬고 있다.
엄마 뱃속에서 26주만에 540g으로 세상에 나온 당은 작은 몸에 주삿바늘과 온갖 기계를 연결한 채 얕은 숨을 내쉬고 있다.

토안(38)씨는 고향 베트남에서 월급 30만원을 받는 도배공으로 일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더 많은 돈을 벌 수는 없었다. 그러다 “한국어를 배우면 현재 월급의 몇 배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길로 하노이에 위치한 한국어학당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연필을 잡았던 탓인지 한국어 실력은 제자리걸음이었다.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레(34)씨를 만났다.

첫눈에 반해 사랑을 키워간 이들은 희망을 품고 2012년 3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취업한 곳은 평택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 낯선 환경이었지만 베트남사람도 많았기에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월급도 180만원씩 받았다. 베트남에서 받아본 적 없는 큰돈이기에 고된 노동 속에서도 악착같이 버텼다. 고되지만 행복했던 부부에게 2013년 선물처럼 큰 아들 띠안이 찾아왔다. 온 세상이 손에 들어온 듯 했다.

출산을 위해 베트남으로 들어간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토안씨는 더 열심히 일했다. 아내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아이 손 한번 잡아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가슴 속에 자리했지만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애써 위로했다. 아내 레씨도 출산 3개월 만에 핏덩이 아들을 베트남 부모님 댁에 맡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커가면서 자신들을 어색해하진 않을까, 원망하진 않을까 걱정도 컸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무색하게 큰 아들 띠안은 그늘 없이 쑥쑥 자랐다. 이렇게 흘러온 세월이 벌써 8년이었다.

토안씨와 레씨 부부는 그날도 어김없이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아내 레씨의 몸이 부어오르고 시야도 흐려졌다. 계속됐지만 과로 때문일거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너무 무심했던 탓일까. 갑작스런 아랫배 통증에 허리는 펼 수조차 없었고 정신마저 희미해졌다.

“임신이에요. 12주 됐네요.”

생각지도 못한 임신소식에 부부는 뛸 듯이 기뻤다. 산부인과를 나와 그길로 아기 배냇저고리와 젖병을 사고 ‘당’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의사로부터 “큰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아야겠다”는 연락이 왔다. 레씨는 임신중독증으로 고혈압과 당뇨 증세가 심각한 상태였다.

온 세상이 새하얀 눈으로 덮였던 1월, 둘째 아들 당이 태어났다. 엄마 뱃속에서 26주 만에 세상에 나온 아이의 몸무게는 고작 540g이었다. 초미숙아인 당은 울음소리 한번 내지도, 따뜻한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채 인큐베이터 속으로 들어갔다. 태어나자마자 심정지가 찾아와 죽음의 문턱을 오르내린 당은 작은 몸에 주삿바늘과 온갖 기계를 연결한 채 얕은 숨을 내쉬고 있다. 아직 세상과 만날 준비를 못 했던 작은 생명에게 이 모든 것이 버겁다.

레씨도 갑작스러운 제왕절개 수술로 몸이 성치 못하다. 수술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고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몸은 퉁퉁 부어있다. 높은 혈압 탓에 조금만 움직여도 깨질 듯한 두통이 찾아온다. 서있기도 버거운 레씨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병원에서 보내준 아들 사진만 어루만지는 것뿐이다.

더 큰 고통은 현실의 막막함이다. 아이의 더딘 성장에 병원비가 나날이 불어나 어느새 부부 앞에는 1억7000만원이라는 빚만 남았다. 악착같이 일했지만 이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빚에 묶여 있다는 생각에 부부는 절망조차 엄두가 나질 않는다. 맘껏 안아보지도, 불러보지도 못했던 아들을 향한 이들의 간절함도 모른 채 병원비는 오늘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소원이라곤 당이가 건강하게 부부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 전부지만, 그 작은 소원마저 사치일까 두려운 마음에 부부는 눈물을 삼킨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579호 / 2021년 3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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ㅉㅉ 2021-03-27 09:52:56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