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산청 대원사 천광전(天光殿)
11. 산청 대원사 천광전(天光殿)
  • 법상 스님
  • 승인 2021.03.29 17:17
  • 호수 1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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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고 나면 부처도 눈 안의 모래

‘송심선자참방’에 나오는 시문
스승을 찾아 진리를 묻는 것은
이익 아닌 불도를 구하기 위함
산청 대원사 천광전(天光殿). 글씨 청남 오제봉(菁南 吳濟峯 1908~1991).
산청 대원사 천광전(天光殿). 글씨 청남 오제봉(菁南 吳濟峯 1908~1991).

參方問道別無他 只要當人直到家
참방문도별무타 지요당인직도가
打碎虛空無一物 百千諸佛眼中沙
타쇄허공무일물 백천제불안중사
(참방(參方)하며 도를 묻는 것은 별로 다른 뜻이 없음이니
다만 자신의 집으로 곧바로 가기 위해서라네.
허공마저 쳐부수어 한 물건도 없게 하면
백 천의 모든 부처도 눈[眼] 속의 모래가 될 것이다.)

이 시의 출전은 ‘나옹화상가송(懶翁和尙歌頌)’에 실려 있는 ‘송심선자참방(送心禪者參方)’에 나오는 시문이다. 산청 대원사 천광전(天光殿)의 주련 가운데 이 주련과 더불어 ‘참선절막착완공(參禪切莫着頑空)’은 서울 종로구 청룡사우화루에도 걸려 있지만 어느 것이 진품이고 번각인지 필자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글씨를 쓴 이가 청남 오제봉(菁南 吳濟峯) 선생이라는 점은 분명히 밝힌다.

참방은 참문과 같은 뜻으로 ‘스승을 찾아가서 진리를 묻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이를 ‘참방문도’라고 했다. 선자가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구하고자 함이 아니므로 별다른 뜻이 없다고 한 것이다. 참방에 대하여 언급된 경을 본다면 ‘화엄경’의 선재동자가 그 대표적인 구도자이다.

지요는 ‘다만’ 이라는 뜻이며 당인은 ‘당사자’이기에 여기서는 심(心) 스님을 말한다. 그러나 이는 좁은 의미로 그러한 것이며 넓은 의미로 보면 불도를 구하는 모든 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수선하는 납자가 참방을 하는 목적도 이 구절에서 밝히고 있음이니 이는 곧장 자신의 집으로 가기 위함이라고 했다. 여기서 밝히고자 하는 자신의 집은 본고향을 말함이다.

타쇄는 ‘때려 부수어서 깨트리는 것’을 말하므로 여기서는 그 대상이 허공이라고 했다. 허공은 그 상이 없기에 마음도 역시 상이 없음을 허공에 비유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마음을 구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자신도 모르게 상으로 마음을 구하고자 하는 것을 경계하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구하고자 하는 것도 상이기에 이러한 마음마저도 없어져야 몰록 진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물건이라는 무일물(無一物)은 집착심으로 일어나는 상 마저도 송두리째 타파해 버린다는 표현이다.

천만 가지의 모든 부처도 눈 속의 모래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불교는 마음을 요체로 하는 종교이다. 참마음을 찾고 나면 부처나 경전이나 모두 고지(故紙)라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팔만사천법문이 어디에 따로 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깨우쳐 주기 위해 방편으로 설하신 말씀이다. 그러므로 깨닫고 나면 이러한 것들은 모두 필요가 없으므로 부처도 눈 안의 모래(티끌)라고 한 것이다. 눈 속의 모래와 비슷한 표현으로는 ‘안리사이리토(眼裏沙耳裏土)’가 있다. 눈 속의 모래, 귀 안의 흙이라는 의미다.

조선 시대 부휴(浮休) 스님의 어록인 ‘부휴당대사집(浮休堂大師集)’에 “섬 선화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한다”라는 시문이 있다. 대원사 천광전 주련에 담긴 주제와 상통하여 그 시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拈搥竪拂別無他 直要當人自到家
념추수불별무타 직요당인자도가
發憤做功飜一擲 玄言妙句眼中沙
발분주공번일척 현언묘구안중사
(건추(犍椎)를 들고 불자(拂子)를 세움은 별다른 뜻이 없고
다만 그 사람이 스스로 본가(本家)에 이르게 해 주려고 함이다.
발분(發憤)하여 속박에서 얽매인 몸에서 벗어나 자재한다면
현묘한 말들이나 문구는 모두 눈(眼) 속의 모래와 같으리라.)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579호 / 2021년 3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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