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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범종소리

기자명 이제열

천상·지옥 관통하는 청정한 울림

범종은 불법 알리기 위한 방편
중생 귀에 호소하는 소리 이용
장엄한 모양새에 심오한 구조
중생 깨우치고 안락으로 인도

불교에는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여러 방편들이 있다. 방편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나 방법이다. 이러한 방편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언어 즉, 설법이다. 언어를 이용한 설법은 중생들을 깨우치는데 필수적이다. 부처님은 설법 방편으로 수많은 중생을 가르치셨다. 세상의 교육도 대부분 언어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간혹 색다른 방편도 쓴다. 주로 선가에서 사용한 부처님이 가섭에게 전했다는 삼처전심법, 덕산의 방망이 세례, 임제의 할, 마조의 발길질, 조주의 끽다거 등은 언어를 대신하는 방편들이다. 이외에 좀 더 거시적으로 불교의 방편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모습들이 발견된다. 방편은 꼭 신심이 좋은 불자나 구도심 깊은 수행자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불교를 믿지 않는 일반인들은 물론 세상의 모든 생명들에게도 불법을 알리기 위한 방편을 쓴다. 심지어는 귀신이나 지옥 중생들을 향해서도 방편이 사용된다. 법당에 모셔진 불상과 탱화를 비롯하여 절 안팎에 그려진 그림이나 써진 글씨들이 모두 이에 속한다.

개중에는 중생들의 귀에 호소하는 소리를 이용한 방편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이 바로 범종(梵鐘)이다. 범종에서 범(梵)은 본래 인도의 창조신인 브라흐만(Brahman)에서 유래되었다. 이 브라흐만은 하늘을 상징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하늘 범자’로 해석했다. 하지만 불교에서 범은 하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깨끗하다는 뜻을 지닌 청정의 의미로 해석한다. 그러므로 범종이란 부처님이 전하시는 청정한 종이며 중생들을 청정하게 하는 종이라는 의미가 된다.

범종은 생김새부터가 장중하고 신비에 차있다. 종의 구조도 여간 심오한 게 아니다. 범종은 종의 머리격인 종정부(鐘頂部)와 몸통격인 종신부(鐘身部)로 나뉜다. 종정부에는 종을 달아매는 부분인 용뉴(龍鈕), 용머리 모양의 용두(龍頭), 소리에 영향을 주는 용통(甬筒). 종의 뚜껑격인 종정(鍾頂)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신부는 상대(上帶), 연곽(蓮廓, 혹은 乳廓), 하대(下帶)로 나누어진다. 상대는 견대(肩帶)라고도 하며 종의 몸통 위 부분이다. 연곽은 연꽃 문양의 9개 장식과 이를 감싸는 네모난 테두리이다. 연꽃무늬 바탕에 사면마다 새겨져 있으므로 36개 돌기로 이루어져 있다.

하대는 종의 가장 아래 부분에 있는 문양대(文樣帶)를 가리키며, 종의 터진 입구 부분인 종구(鐘口)가 있다. 문양대는 보통 꽃이나 돌기 문양으로 상대와 비슷한 문양을 하고 있다. 또한 종신부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주악 천인상이나 비천상 또는 불보살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종신부에서 중요한 부분은 당좌(撞座)이다. 당좌는 종을 치는 자리로 원형의 연꽃무늬와 그 주위의 당초무늬 장식을 말한다. 교회를 중심으로 한 서양의 종은 위쪽이 좁고 아래쪽은 벌어져 있는 튤립 모양이다. 종소리도 종 안에 설치된 추를 이용하여 쇠가 쇠를 치는 방식이다. 종이 설치된 장소도 높게 하늘을 향해 매달아 놓으며 소리는 가늘고 높다. “뎅그렁! 뎅그렁!” 가까이 들으면 시끄러워 견디기 힘들다.

이에 비해 범종은 항아리를 엎어 놓은 형태이고 당좌에 길고 굵은 나무인 당목을 이용해 친다. 범종은 하늘을 향해 높게 걸려 있지 않고 땅과 가까이 매달아 놓았다. 그렇기에 소리는 아래쪽으로 깔리면서 동서남북 시방을 향해 골고루 퍼진다. 장중하기 이를 데 없으며 엄숙하면서도 신비하다. 아무리 크게 쳐도 시끄럽지 않고 그 여운이 길다. “우웅~~~.”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안정되고 깨끗해지도록 한다. 마치 부처님의 음성과도 같다.

‘화엄경’에는 부처님의 설법은 법계에 두루하여 위로는 삼십삼천에 미치고 아래로는 아비지옥에까지 들린다고 했다. 범종의 의미도 그와 같다. 범종에서 나오는 소리는 능히 천상과 지옥을 관통하면서 그 안의 모든 중생들을 깨우쳐 주고 안락하게 한다. 새벽예불의 범종에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법계에 울린다.

원차종성변법계(願此鐘聲遍法界) 원컨대 이 종소리 법계에 두루하여/ 철위유암실개명(鐵圍幽暗悉皆明) 철위산의 깊고 어두운 무간지옥 다 밝아지며/ 삼도이고파도산(三途離苦破刀山) 지옥, 아귀, 축생과 도산지옥 무너지며/ 일체중생성정각(一切衆生成正覺) 모든 중생 부처님의 깨달음 이루어지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79호 / 2021년 3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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