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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주 수행 이미선(여문, 66) - 상

기자명 법보

겹친 악재로 암울한 심정 가득
대비주 수행·특별 솔루션 동참
10만독 성취…업장 소멸 느껴

여문, 66

일산 덕양선원을 찾은 것은 2015년 3월1일로 내 인생이 최상의 길로 들어선 날이다.

일찍이 교직에 몸을 담고 평탄하게 사는가 싶었는데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고 시부모님이 번갈아가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면서 집안이 통째로 흔들렸다. 젊지 않은 나이에 0점도 아니고 마이너스에서 다시 시작하려니 경제적으로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비슷하게 시작한 주위의 동료들과 자꾸 비교되면서 속이 상하고 우울했다. 또 거리가 먼 학교로 발령 받아 장거리 통근, 살림, 병간호 등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상황을 몸이 감당해내지 못해 결국 한동안 병가를 내고 쉬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큰아이가 대학입시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뒷바라지를 충분히 해주지 못한 것이 원인인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둘째 아이에게는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눈앞에 있는 승진을 포기하고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학교를 옮기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재능이 있어도 재정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워진 형편이 원망스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집에 양녀로 보내고 싶을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 가득했다.

이 모든 것이 다 남편탓인 것 같아 원망스럽다가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심지어 일찍 돌아가신 엄마까지도 원망하며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졌다. 희망의 끈을 잡으려고 철학상담도 받았지만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옛 동료를 만났다. 동료는 이런 암울한 생활을 청산할 수 있다며 내게 덕양선원의 대비주 수행을 소개해 주었다.  

스님을 뵙고 이런 저런 걱정들을 풀어놓았다. 스님께서는 다 들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보살님 댁에는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생각하는 보살님 마음이 문제입니다.”

결정적인 해결방법을 기대하던 나는 망치로 크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길로 대비주 수행이 시작되었다.

종교 신행생활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매주 금요일 대비주 수행법회에 동참했다. 퇴근 후 수원에서 일산까지 대중교통으로 두 시간 반이 걸리고 법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 1시였다. 그런데도 멀다고 느껴지지도,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동하는 차안이 수행에 집중할 수 있는 최상의 시간이었다. 법회동참을 차츰차츰 늘리면서 그해 가을 특별 수행프로그램인 ‘심신치유집중교육과정(Soul &Body School)’에도 등록해 공부했다.

수행초기에 스님이 “지금 나에게 문제가 되는 상황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고 짐작되는 것을 모두 적어보라고 했다. 솔루션을 통해 진짜 원인을 찾는 수행이었다. 솔루션을 하던 중에 원인을 마우스로 클릭하려는데 마우스 포인터가 이리저리 어지럽게 다녔다. 특정 이미지가 아무리 손가락에 힘을 주어도 클릭이 되지 않았다. 남을 탓하고 밖에서 원인을 찾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알음으로 다가왔다. 남을 탓 하는 것이 나의 오래된 습이었음도 알아차렸다.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었고 답도 나에게 있었다. 

문제를 바로보고 관점을 바꿨다. 다시보니 아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잘 하면서 아무 문제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나 혼자 불안해서 걱정, 간섭, 지시, 불평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과 시부모님, 시댁식구들을 향한 원망도 녹아내렸다. 또 남들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인생에 쉼표가 생기고 삶이 더 풍성해졌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소중하고 마음에 행복도 스며들었다. 먼 거리와 시간을 투자한 보람이 있었다.

부처님 공부가 점점 흥미로웠다. 법회가 없는 날은 집에서 일과수행을 했다. 법회가 있을 때는 어떤 일보다도 우선해서 동참했다. 목요일의 SBS공부와 주말 특강에도 빠지지 않았다. 결국 2017년 가을에 ‘대비주 10만 독’을 성취했다. 수많은 업장이 닦이고 소멸되면서 내가 완전히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수행 중 일어날 힘조차 없었던 적이 있었는데 솔루션을 통해 온 몸에 박하향이 퍼지듯, 막혔던 것들이 트이는 경험을 했다.

 

[1579호 / 2021년 3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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