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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 시인의 꿈과 발원

  • 불서
  • 입력 2021.04.05 14:34
  • 호수 1580
  • 댓글 2

‘수박 속같이 붉은’ / 성희철 지음 / 도서출판 도반

‘수박 속같이 붉은’

“사연 많은/ 이 몸뚱아리 속에/ 빨간 정열을 꺼내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목마름을 해결해 주고/ 나를/ 빨갛게 태워서/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꿈/ 오늘도/ 수박 속 같이 붉은/ 꿈을 꾼다. (‘수박’ 중에서)”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성희철 시인의 꿈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목마름을 해결해 주고 나를 빨갛게 태워서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부산에서 장애인 인권 강사로 활동 중인 시인이 자신의 꿈을 노래한 ‘수박’을 비롯해 상처받고 아픈 이들의 영혼을 희망으로 치유하기 위한 자작시 60여 편을 모아 ‘수박 속같이 붉은’으로 엮었다. 장애가 있는 시인이 살면서 겪은 사연들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발원을 담은 시와 함께 짧은 자전적 소설까지 담아냈다.

시인은 “시를 쓰는 작업은 상처받고 아픈 자신의 영혼을 희망으로 치유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시인의 시들은 문학적 색채보다는 자신의 생활 일부분과 가까이에서 같이 생활하는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솔직하게 담아내면서 아픈 영혼을 드러내고 치유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부모님도 그 범주에 속한다.

시인이 부모님의 아픔을 깊이 생각하게 된 것도 사실 자신이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면서였다. 초등학생들에게 ‘장애인의 첫인상’을 물었을 때 돌아온 “무섭다”는 대답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 부모님이 자신을 키우면서 어떤 아픔을 겪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열심히 운동을 해서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고 걷게 되었을 때/ 부모님의 도움 없이 난간만 잡고/ 계단을 홀로 내려올 때/ 사랑과 인정을 제일로 받았다/ 이놈 인제 뛰어다닐 거라고. (‘계단’ 중에서)”

시인은 이처럼 부모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한 시를 비롯해 나와 가족, 그리고 주변이 함께 노력하면 이 사회에서 장애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시에 담아냈다. 그리고 “깊은 바다처럼/ 그 끝을 알 수 없고/ 간간한 간고등어 같이/ 입맛 돋는/ 소금같이/ 꼭 필요한 사람/ 바로 나. (‘자랑’)”라며 스스로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하는 시인의 시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가치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1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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