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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위한 전통불교의례 진면모

  • 불서
  • 입력 2021.04.05 14:43
  • 수정 2021.04.05 14:44
  • 호수 1580
  • 댓글 0

‘생전예수재’ /성청환 지음 / 서울특별시

‘생전예수재’

문화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특히 무형문화재는 형체 없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더더욱 변화하거나 단절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문화유산인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후대까지 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52호 ‘생전예수재’도 그동안 불교계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한 끝에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보존과 전승의 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불교계의 이같은 노력에 서울시도 힘을 더하고 나섰다. 2017년부터 진행한 서울시 무형문화유산의 맥을 이어가기 위한 기록화 사업이 그것이다. 이 책 ‘생전예수재’도 그 연장선에서 빛을 보게 됐다.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는 글자 그대로 살아 있는 동안에 자신의 업을 미리 닦는 의례이면서 수행이다. 불교의 다른 의례들이 죽은 자를 위한 것인 반면 생전예수재는 살아있는 사람, 그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이 생전예수재는 영산재, 수륙재와 더불어 불교 3대 재의식의 하나임에도, 문화재로서의 가치에 대한 인정이 상대적으로 미약했고 학술적 연구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생전예수재보존회는 생전예수재의 역사성을 발굴하고, 의례 원형의 온전한 복원‧전승에 주력하는 한편 학술적 가치 탐구에 전념해왔다.

바로 그 연구의 일면이 이 책 ‘생전예수재’에 오롯이 담겼다. 전체 6장으로 구성된 책은 먼저 1장에서 생전예수재의 역사적 전개와 교학적 의미를 살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어 2장에서는 봉은사 생전예수재의 역사성을 고려시대에서부터 문화재로 지정되기 이전까지를 고찰해 역사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봉은사 생전예수재가 어떻게 화답하고 있는지를 기록했다. 또 3장은 봉은사 생전예수재가 기록화사업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객관적인 측면에서 서술하고, 4장에서는 봉은사 생전예수재의 특징을 의례의 실행측면에서 분석했다. 이어 5장에서는 생전예수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서술하고, 6장은 생전예수재의 전승현황을 분석하고 전승가치를 설명했다. 그리고 봉은사 생전예수재 설행의 저본과 한글 번역을 더한 ‘생전예수시왕생칠재의찬문’을 부록으로 붙여 일반인들도 생전예수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생전예수재의 보존 및 전승에 전력을 다하는 봉은사의 생전예수재 설행 장면.
생전예수재의 보존 및 전승에 전력을 다하는 봉은사의 생전예수재 설행 장면.

“널리 바라건대 고통의 바다 헤매는 중생들 모두 뜨거운 번뇌 없애고 맑고 시원함 얻어 모두 다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여서 다 함께 애욕 바다 벗어나 피안으로 가게 하소서”라고 회향하는 생전예수재의 ‘회향게’에서 보듯, 생전예수재는 나와 남을 함께 살피고 이 사회의 평안을 발원하는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생전예수재뿐 아니라 불교의 무형문화유산은 단순한 종교의 의례나 문화를 넘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은 물론 감성까지 함께하는 유서 깊은 자산이다. 때문에 반드시 지켜내고 후손에게 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인 것이다. 생전예수재보존회의 생전예수재 보존 및 전승 노력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 책 ‘생전예수재’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도 우리가 지키고 이어가야 할 소중한 전통과 문화유산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적 사례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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