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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종교갈등 부추겨서야

  • 기자칼럼
  • 입력 2021.04.05 11:00
  • 수정 2021.04.05 15:43
  • 호수 1580
  • 댓글 0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일제히 공약을 쏟아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여러 공약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 중에는 불교계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공약이 포함돼 있었다. 정릉사거리에 ‘정릉성당역’을 신설하겠다는 성북구 대전환 공약이었다. 정릉사거리 근방에는 정릉성당보다 창건시기가 훨씬 앞서고 전철역과 거리도 더 가까운 봉국사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정릉 봉국사는 1395년 무학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창건 당시 무학대사는 조선왕조 발전을 염원하며 약사여래를 봉안했다. 만월보전, 염불당, 용왕각 등 다수 건물이 현존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특히 청정수가 샘솟는 약수로도 유명해 인근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봉국사는 1968년 세워진 정릉성당과는 애당초 비교가 불가능한 지역의 랜드마크이다. 
때문에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박 후보가 자신이 믿는 종교를 위해 역사명칭을 ‘정릉성당역’으로 지정했다는 의혹과 함께 종교편향 논란이 제기됐다. 

법보신문은 3월29일 박 후보가 제시한 공약과 관련, 역사명칭이 부적절하다는 교계의 지적과 지정 배경에 박 후보의 개인적 종교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교계 여론을 보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관련 보도 직후인 3월30일 더불어민주당 공식홈페이지에는 ‘강북횡단선 조기 착공과 정릉성당역 추가’ 공약이 ‘강북횡단선 조기착공 및 정릉3동 주민센터 인근에 지하철역 신설 추진’으로 정정됐다. 

이 배경에는 종단의 발 빠른 대응도 한몫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본지 보도 후 박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불교계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고, 선거캠프 관계자로부터 “‘정릉성당역’을 삭제하고 ‘인근에 지하철역 신설추진’으로 수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동시에 주요정당과 후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선거 과정에서 정교분리 준수와 종교편향 예방을 촉구하는 협조요청 공문도 발송했다.

김내영 기자
김내영 기자

박 후보는 2월22일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을 예방하고 “신심 깊은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기도로 지금까지 정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불교와 인연을 소개했다. 게다가 박 후보는 “서울은 불교 1번지 조계종을 중심으로 전통 문화와 역사가 있다”며 “서울시장이 된다면 불교계와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불교계의 지지를 호소했다. 때문에 불교계로서는 박 후보의 ‘정릉성당역’ 신설 공약이 더욱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은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정치적 중량감이 막중한 자리다. 종교갈등을 부추기고 종교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정치인의 본령일 수 없다. 박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말을 할 때 화살을 쏘듯 하라’는 옛 선사들의 충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ny27@beopbo.com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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