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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찰을 둘러싼 소유 문제

출가자라도 현대사회에선 사적 소유 인정해야

종교재산 판례도 교단보다는 공동체 구성원 권리를 우선
신도들이 시주한 공물은 해당 사찰공동체 소유가 바람직
주지의 사찰재산 공적 관리·사찰신도회 역할도 매우 중요

주지스님이 ‘시주에 의해 형성된 사찰 재산’의 공적 관리를 위해서는 사찰 신도회(운영위원회)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은 사찰 운영위원회 모습.
주지스님이 ‘시주에 의해 형성된 사찰 재산’의 공적 관리를 위해서는 사찰 신도회(운영위원회)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은 사찰 운영위원회 모습. 법보신문 자료사진.

석가모니 당시 초기불교시대나 남방불교권에서는 아예 거론도 안 될 문제가 북방불교권에서는 중요하게 거론 되는 문제들이 상당히 있다. 특히 율장(律藏) 관련 사항들이 그렇다. 오늘 다루는 사찰의 소유만 해도 그렇다. 율장에는 당연 출가자의 ‘사적 소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으로 불교가 전래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한대(漢代)에 이르면 왕토(王土) 개념이 확립되는데, 천명(天命)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확립한 천자(天子)는 천하(天下)의 인(人)과 민(民)에게 땅을 배급한다. 받은 이들은 그 대가로 충성을 맹세한다. ‘땅과 충성’은 상호적이다.

율령 체제가 더욱 정비된 ‘당육전(唐六典)’에 따르면 예부(禮部)에서 3년마다 승적을 관리하고 그에 따라 급전(給田)한다. 남자 승려나 도사에게는 30무(畝; 5척 사방을 1보, 240보를 1무라 함)를 준다. 여자의 경우는 20무이다. 이렇게 받은 땅은 소속 승려의 재적 사원에 귀속된다. 해당 승려가 죽으면 2/10은 영업전(永業田)이라 하여 사원이 영구 소유하지만, 나머지 8/10은 관청을 통해 나라에 반환한다.

이런 제도는 ‘통전(通典)’에서 정비되고, 다시 ‘대명률(大明律)’에서 완비된다. 조선도 ‘경국대전’으로 법치의 골격은 잡지만 자세한 것은 명나라 법률과 판례에 따른다. 이 과정에서 왕실이나 귀족들이 사찰을 소유하기도 한다. 아직 승려 개인이 절을 소유하는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1911년 일제의 근대적 법령인 ‘사찰령’과 그 ‘시행세칙’이 발동되면서 왕실이나 국가 전래의 사찰 대부분은 조선총독이 관할한다. 사찰의 주지는 총독부의 ‘재산관리인’으로 ‘선한 의무’를 다 해야 했다. 한국내의 일본 절은 일본의 종교법인법에 적용받았다. 또 일제에 의한 토지 정비가 시작되면서 민법에 의한 ‘등기’ 제도도 시행된다. 이때부터는 ‘등기명의인’의 소유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사찰의 경우는 ‘○○사’가 등기상 소유주가 된다. 일제강점기에는 지금의 조계종이니 태고종이니 하는 ‘○○종’은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사’가 법인에 준하는 등기명의인이 되고, ‘○○사’의 재산 관할 주체는 조선총독이고 감독은 주무관이 한다.

그 후 일제를 무찌른 미군이 38선 이남에 ‘군정청’을 설치하여 이상의 모든 권한을 이양 받는다. 다시 1948년 대한민국 정부로 관리가 이양되면서 그 모든 권한이 문교부 장관에게 배속된다. 당시는 ‘관등록’이라 하여 시군구청장이 사찰명을 명시한 등록증을 교부했다. 제도 자체에 관권의 개입 내지 유착의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사안이 있다. 예나 제나 한국에는 ‘학교법인’ ‘재단법인’ ‘사단법인’ 등의 법인은 있지만 ‘종교법인’은 없다. 그러니 ‘○○사’로 등기가 되어 있을 경우 ‘○○사’의 관리 주체를 어떻게 획정할까가 관건이다. 관리 주체를 독신승으로만 하냐 마냐를 두고 생긴 ‘다툼’의 핵심은 등기부에 기재된 ‘○○사’ 관리 주체의 자격 조건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1962년 통합하여 ‘대한불교조계종’이 문교부에 등록 허가를 받는다. 그런데 불씨가 여전히 남아 1970년 ‘한국불교태고종’도 문교부에 등록한다.

민법상 ‘소유의 권리’는 원칙적으로 ‘등기’에 의해서도 가능하고 ‘점유’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점유권’을 법률적으로 보장을 받기 위해 밀고 밀리는 일들이 생겼고 법정 다툼도 생겼다. 그 과정에서 조선총독부의 1911년 ‘사찰령’ 적용을 받던 모든 사찰과, 그 후 대한민국의 1962년 ‘불교재산관리법’ 적용을 받는 모든 사찰의 관리 주체는 ‘대한불교조계종’ 취적 승려로 한정되어 갔다. 물론 당시까지만 해도 등기부상에는 그냥 ‘○○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대한불교조계종 ○○사’로 기재 변경했다.

조계종의 입장에서 보면 건물이나 토지 등 ‘사찰 소유’의 문제는 완전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 ‘개인 소유’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근대의 특징은 ‘개인(people)’의 발견과 그런 개인의 ‘소유권’ 인정이다. 승려 개인의 소유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 이 문제는 전통 율장을 지키면서 근대적 소유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까? 그것이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소유에 관한 현전승가의 정신을 재해석해야 한다. 소위 종학(宗學)이 매개되어야 한다.

필자 개인적 입장에서는 아무리 출가자라도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사적 소유를 인정해야 한다. 민법에 따라 상속된 부모의 재산이나 형제 친척의 증여에 의한 재산 소유도 인정될 수 있다. 신도의 시주물만 사적으로 소유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모두는 종단의 전통과 공의(共議)에 따라 정해야 하니, 결국 종학(宗學)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간단하지가 않다. 사찰 소재 지번의 등기부 등본을 열람해보면 법률에 따라 등기는 제3자가 열람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사’ 또는 ‘○○종 ○○사’가 아닌 개인 명의로 된 곳이 적지 않다.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건축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개인명의로 할 수는 있다. 그런데 기간이 오래되면 문제가 생긴다. 등기 명의인이 사망하면 결혼을 금하지 않는 종단 주지의 배우자 또는 자녀들이 사찰 건물과 토지에 관한 민법상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다른 예를 보자. 재산을 가진 한 사람이 승려 자격을 갖추고 그 재산으로 사찰을 건립하여 포교할 경우 개인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자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해당 사찰 부동산의 실질소유는 그 사람으로 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러면 그 절에 시주한 신도들의 공물은 누구의 소유인가? 그 경우는 ‘해당 사찰 공동체’의 소유이다. ‘승려 개인 소유’와 ‘사찰 공동체 소유’를 구분하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의 옳고 그름 이전에 이런 문제들을 종학을 바탕으로 종법으로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이 역시 종학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인데 ‘시주에 의해 형성된 사찰 재산’은 사찰 공동체가 관리하고, 주지는 그 대표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대표는 ‘시주에 의해 형성된 사찰 재산’을 공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때 사찰 신도회(운영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설치와 운영은 종단 및 나라의 법률로 방향잡고 있다.

필자는 당대(唐代)의 화엄종과 선종 관련 철학사상을 연구하는데 당나라 전체를 시야에 넣고 그 문제를 연구하는 관계로 당시의 유교, 도교는 물론 수행의례나 운영제도도 연구한다. 그러다보니 자연 당시의 법률과 판례들을 해독하고 그 연장선에서 우리나라 대법원 사이트 판례들도 참고한다. 종교재산 관련 판례도 많이 올라와 있다. 현재의 추세는 교단이나 종단이나 법인보다는 개별 단위(사찰, 교회, 성당, 향교 등)에서 신행하는 공동체 구성원의 권리를 우선하는 쪽으로 심리하고 있다. 근대적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갈 종교의 운명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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