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 50대는 ‘폰’이 더 쉽다

기자명 자현 스님

3시간짜리 동영상 하나도 거뜬

PC 익숙치 않은 50대 이상
대리점 ‘낚시질’에 걸려들면
싼 폰에 비싼 ‘데이터무제한’
본전 뽑으려고 영상 시청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튜브는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이제 유튜브 사용 시간이 가장 긴 연령층은 10∼20대가 아닌 50∼60대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과거 농경사회에서 노인은 지혜롭다는 인식이 있었다. 크게 변화할 것 없는 단순 반복의 농사패턴은 노하우가 많은 노인을 지혜로운 판단자로 만든 것이다. 또 당시 노인이란, 지금의 40∼50대에 불과하니 신체적으로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빠른 속도는 변화에 더딘 어른들을 슬프게 만든다. 실제로 IT 기기는 나이가 어릴수록 선지식이 되는 모양새다. 즉 10대가 최강자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유튜브 사용 시간이 가장 긴 연령층이 50∼60대라는 통계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나는 처음에 이 통계를 봤을 때, 어른들은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본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은 노안이 진행된 어른들이 보기에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놀라운 반전 통계. 어른들의 절대다수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본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지?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것은 90년대 초중반이다. 즉 50대 중반 이후 분들은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이들은 선택적 가치인 PC보다, 무조건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스마트폰에 더 익숙하게 된다. 즉 스마트폰도 만만치 않지만, 컴퓨터는 더욱 만만치 않은 놈이라는 말이다.

PC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설마?’ 하는 의문이 들지 모르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더 재밌는 건,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10∼20대들도 PC보다 스마트폰이 익숙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요즘 대학에서는 보고서도 스마트폰으로 작성하는 학생들이 다수 존재할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20대인 스마트폰 세대와 3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의 PC세대, 그리고 둘 다 어렵지만 스마트폰이 상대적으로 쉬운 5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까지의 또 다른 스마트폰 세대가 뒤섞여 공존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10∼20대와 50∼60대는 같은 유튜브 채널을 볼까? 전혀 그렇지 않다. 10∼20대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3∼5분 정도의 짧고 템포가 빠르며 자막과 효과가 많은 화려한 유튜브를 본다. 그러나 50∼60대는 40분 이상의 길이에 시각보다는 소리 위주의 영상을 본다. 노안 때문에 지속적으로 보기 어려우니 유튜브를 라디오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불교 콘텐츠 중에는 ‘정근 3시간’이나 ‘염불 8시간’과 같은 것들이 존재하게 된다. 즉 보는 유튜브가 아닌 듣는 유튜브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분짜리 10개는 40분짜리 1개를 당할 수 없다. 즉 일당백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게 바로 50∼60대 유튜브 사용 시간이 10∼20대를 능가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그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감당할까? 비밀은 바로 폰 대리점의 낚시질에 있다.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기준에서 젊은이들은 비싼 최신 폰을 추구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저렴한 가격이 선택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리점에서 요금이 조금 비싸지만, 공짜 폰을 제시하면 덥석 물게 된다. 즉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가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걸 써야 돈이 아깝지 않다는, 아니 많이 써야 돈을 버는 것 같은 생각 속에 유튜브 마라톤이 시작된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어른들에게 의도치 않은 족쇄를 채우면서 유튜브는 이제 생활의 일부로 정착되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반강제로 건너게 된 셈이다.

유튜브에서 종교 콘텐츠를 소모하는 절대다수는 어른들이다. 이런 점에서 불교 유튜브의 성패는 어른들의 생활 패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어떤 유튜버는 ‘조회 수 보다도 콘텐츠의 질을 더 중시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래도 너무 조회 수가 안 나오면 자괴감에 빠지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시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라고 하겠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