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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학술대회…온·오프라인 선호도 뚜렷

  • 교학
  • 입력 2021.04.08 11:13
  • 수정 2021.04.12 13:54
  • 호수 1581
  • 댓글 3

2021년 상반기 33건 개최…온라인 17건·오프라인 16건
온라인 선호 이유 ‘코로나 방역’, 오프라인은 ‘소통’ 꼽아
장단점 뚜렷한 가운데 소규모 학회들은 재정난에 ‘휘청’

지난해 2월 불교학회들은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정돼 있던 학술대회를 줄줄이 취소해야 했다. 회원들에겐 “확산 상태를 보고 학술대회를 재개하겠다”고 ‘무기한 연기’를 안내했으나 상황은 잠잠해질만 하면 새롭게 악화됐다.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일부 학회들은 3개월이 지났을 무렵부터 온라인 학술대회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불안정한 서버 문제로 스트리밍이 느려지거나 중단되기 일쑤였다. 처음 마주한 환경에 청중들은 답답함을 호소했고 학회들은 진땀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 일년이 흘렀다. 그간 불교학회들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법보신문 조사 결과, 상반기 불교관련 학술대회 일정은 모두 33건이었다. 4월7일 현재 이미 열린 학술대회는 9건, 열릴 예정인 학술대회는 24건이었다. 2018·2019년 60~70건에 달했던 개최 수에 비하면 3분의 1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 가운데 온라인은 17건, 오프라인은 16건이었다. 새로운 방식을 선호하게 된 수와 기존 방식을 유지하려는 수가 비등했다. 장단점이 분명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온라인 개최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 방역’이다. 오프라인으로 열다보면 사석 모임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밖에 없고 학자들간 대화를 통제할 수도 없다. 방역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또 시공간 제약에서 자유롭고 제 시간에 참석하지 못해도 다시보기로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혔다. 학회 입장에선 각자 공간에서 진행되다보니 대관비·식사비 등 운영비도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만불교사학계 원로인 허우쿤홍 교수를 초청해 온라인 학술대회를 연 박영환 동국대 동아시아 해양문명&종교연구소장은 “온라인 학술대회는 공간 제약에서 자유로워 해외 저명학자를 발표자·토론자로 섭외하기가 수월했다”며 “오프라인으로 진행됐으면 섭외비가 만만치 않았겠지만 온라인은 그 부담을 덜어준다”고 했다. 이어 “앞서 열렸던 학술대회 반응이 좋아 6월엔 7개국 18여명이 참석하는 국제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온라인 시도를 선보인 학회도 있었다. 학술대회 발표 내용을 촬영, 편집해 영상으로 배포하는 방식이다. 박찬욱 밝은사람들연구소장은 “기존 학술대회에선 시간 제약이 있어 발표자 말을 끊어야 하는 일도 많았지만 촬영으로 하다보니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있었고 촬영한 영상에 발표 자료(PPT)를 넣고 편집하니 청중들이 학습하기가 수월해 반응이 더 좋다”며 “코로나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상황”이라고 했다.

온라인 운영 방식이 익숙해져 차츰 체계를 잡아가는 학회도 있었다. 지난해부터 화상회의 줌(Zoom)을 활용해 학술대회를 열고 있는 임승택 불교학연구회장은 “최근 온라인 운영 효율화를 위해 ‘불교학연구회’ ‘21세기불교포럼’ ‘경북대 동서문화연구소’가 업무를 체계화해 역할 분담을 완료했다”며 “불교학연구회에선 온라인 플랫폼 제공을, 21세기불교포럼에선 스튜디오·강사지원비를, 동서문화연구소에선 행정 업무를 분업화해 담당하고 있다”면서 “세 기관이 손발이 척척 맞아 학술대회 이외의 불교 콘텐츠도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온라인 학술대회를 시도했다가 최근 다시 오프라인 방식으로 돌아온 학회도 여럿 있었다. 오프라인의 최대 강점은 ‘연구자간의 교류’였다. 이들 학회는 서로 얼굴을 익히고 관련 있는 연구 분야를 긴밀히 의논하며 향후 협동 연구이 가능토록 하는 게 학회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온라인은 세세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없어 집중도·만족도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작은 규모라도 방역 지침을 지키며 오프라인 방식으로 학술대회를 여는 게 지금은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고영섭 한국불교학회장은 “학회라면 모름지기 능동적인 토론 자세가 우선돼야하지만 온라인은 수동적 구조와 가깝다”며 “온·오프라인에 참여한 학자와 청중들 참여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은 인원수를 제한하더라도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오프라인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명대 한국불교미술사학회장도 “온라인 학술대회는 소통이 잘 안돼 집중도가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문 회장은 “궁여지책으로 온라인 개최를 하긴 했지만 그 조그마한 화면 창을 보고 오랫동안 앉아있는다는 게 참여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면서 “한두 시간 짧게는 괜찮더라도 긴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학술대회에서 아직까지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온·오프라인 선호도가 극명히 갈리고 있는 가운데 재정 규모가 크지 않았던 일부 학회들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휘청이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학술대회를 개최했으나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영상 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장은 “방역 지침으로 오프라인 학술대회를 열 수 없다보니 운영·지원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비대면 방식을 모색하곤 있으나 재정 문제로 그마저 녹록치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81호 / 2021년 4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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