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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시론

기자명 공종원

벼랑 끝에 선 btn

불교TV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은행 등 금융권에 진 빚이 무려 70억원을 넘고 있는데다가 벌써 여러차례 이자마저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권의 차압위협을 받고 있다는 절박한 상황이란 것이다.

이런 처지인데도 불교TV의 운영권을 담당하고 있는 사장 이하 이사진은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일주일 내내 회사를 비우고 있고 직원들도 새로운 프로그램의 제작에 전혀 손을 대지 못한 채 우왕좌왕 배회하며 시간을 떼우고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지경에 빠진 불교TV의 현실을 방치하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우리 불교계의 무력감이다. 불교TV의운영주체로 가장 큰 지분을 지니고 있는 통도사측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딱한 일이지만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 종단들이 불교TV 사태를 수수방관한 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은 불자들의 실망을 크게 할 뿐이다.

불교TV가 어떤 존재인데 그 존망이 눈앞에 있는 현실에서 우리 불교계가 이토록 아무런 대책없이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렇게 해서 불교TV가 기어코 문을 닫고 말 경우 과연 우리 불교의 처지와 우리 불자들의 위신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너무 분명한 만큼 지각 있는 불자들의 마음은 그저 아프기만 하다. 불교TV가 어떤 매체인가.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는 우리 사회에서 불교 영상포교의 첨병을 자임하며 2천만 불자들의 전폭적 지지와 성원을 받았던 매체가 아닌가. 게다가다종교사회라는 이 나라에서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불교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재건하려는 성스러운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불교 매체가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만약 기독교와 가톨릭 등 다른 종교의 TV는 그대로 살아있는데 유독 불교TV만 문을 닫게 될 때의 불자들의 모멸감은 어찌 감당할 것이며 앞으로 불교 포교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것을 생각하면 절대로 불교TV의 몰락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지금 통도사측은 70억 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지 손을 놓고 있고, 조계종은 지난번 분규때 불교TV가 일시적으로 정화측을 밀면서 현종단측을 공격했다는 것을 못마땅해 하면서 고소해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불교TV가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물론 불교TV가 이 지경이 된데는 그만한 잘못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우선 조계종과 총지종을 제외한 불교종단들이 참여하지 않은 성급한 출범에도 그 원인이 있었지만 TV 매체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는 이들이 경영을 좌우하고 무모한 50억원의 부채차입으로 부실을 심화시켰으며 매체를 종단내 권력다툼에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등 대의를 잃은 것이 그중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의 위기상황에서 그 책임만 따지면서 회사의 부채를 방치하면 매일 이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뿐이다.

따라서 정말 불교를 위하고 종단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불교TV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우선 당장 70억원의 부채를 청산하는 방법을 찾고 그 다음에 불교TV 운영의 합리화와 발전을 위한 정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 당장 급한 것은 불교계의 각 종단들이 한자리에 앉아 진지한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일부종단이 아니라 전체 종단과 불자들이 참여, 지원하는 불교TV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이상일지 모른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불교인들이 한마음으로 모이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점에선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당장 70억원의 부채를 감당할 독지가의 출현이며, 실력있는 경영주체를 얻어 불교TV를 맡기는 일이다.

빈사의 위기에 있는 불교TV를 살리기 위해선 스님이건 기업인이건 정말 책임지고 해결할 사람이 있다면 현이 사진의 승인을 얻어 흔쾌히 맡겨보는 것도 결코 나쁜 일은 아닐 듯 싶다. 그만큼 불교TV를 살리는 일은 지금 경각에 달려있다. 그런 인식이 없이 불교TV를 방치한 채 마냥 시간만 보내면 다시 한번 우리 불교계는 과거 역사의 퇴영을 되풀이 하게 될 것이며 우리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또 한번 우리 불자들이 외면하는 것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종원/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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