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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부수기

기자명 김민경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비구니 부장 임명은 종교계가

성의 평등함 수용하는 첫 신호탄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더 이상의 비상을 허락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천장이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모르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익히 알고 있으며 또한 너무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단어이다. 사회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승진과 비약에 대해 현대의 모든 사회가 공식적으로, 법적으로는 아무런 한계를 표방하고 있지 않지만 최고위층이나 고위직, 요직 등지엔 결과적으로 남성들만 남게 되는 명명백백한 사회구조를 두고 어떤 이가 만든 말이다.

최근 우리 사회엔 두 '여성' 의 임명발령이 큰 화제를 모았다. 새 정권이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 일과 법장 새 조계종 총무원장이 종단의 각종 문화정책을 총지휘하는 부서의 수장으로 중진급 비구니스님을 발탁, 임명한 일이 그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앞의 일이 더 크게, 더 자주 기사화 되었지만 내용상으로 보자면 앞의 일보다 뒤의 사안이 더 수퍼메가톤급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탁연 스님의 부장 임명의 건은 구조적으로 가장 보수적인 색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던 종교계에서도 성의 평등함을 받아들인다는 첫 신호탄으로 기록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탁연 스님의 문화부장 임명건을 두고 몇몇 율사 스님은 물론 적지 않은 수의 비구스님들이 (법랍의 많고 적음, 세속나이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이번 임명을 마뜩찮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전언은 이번 사안이 지닌 중대성을 그나마 소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부에서는 탁연 스님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둥, 임기는 겨우 채우겠지만 청사 내의 반발심리에 치여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둥 갖가지 부정적인 예측이 있는데 이러한 반발의 핵심은 비구-비구니의 전통적 관계가 전복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비구 스님들의 불안감이 영원한 현실로 남을지 한때의 일장춘몽으로 끝날 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이왕 현실화 된 마당에서는 참으로 미래지향적이며 합리적인 시도라고 평가하고 싶다. 나아가서 다른 종교도 아닌 불교계가 성의 평등함을 중시하는 조치를 이리도 시원하게 시대에 발맞추어 단행한 데 대에서는 일종의 자부심마저 일 정도이다. 그것은 조계종의 이번 조처가 이 땅의 여성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그들의 지위향상은 물론 나라 밖 세계 여성성직자의 지휘향상을 앞당기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 불자들, 같은 길을 가는 스님들이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탁연 스님의 행보를 긍정적 시각 아래 인내심 있게 지켜보는 일이다. 조직과 행정에 대해서 단 한번도 훈련받을 기회가 없는 이 에게 조급증 어린 지나친 기대부터 거는 일은 소중한 기회와 시도를 헛되이 사그라지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김민경 부장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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