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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종립대에 ‘茶학과’를 만들자

기자명 법보신문
일전에 서울 화동에 있는 찻집 ‘다담선(茶湛禪)’에서 대구 망월사의 주지인 동진(童眞)스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나라에도 이제 차가 생활화되고 있고 최근엔 몇몇 대학의 석사과정에 차와 관련한 학과가 생겨났는데 정작 차를 가장 잘 알고 있어야하고 차와 연관이 많을 동국대학에는 차학과가 없어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다.”

스님의 말을 듣고 보니 공감이 간다.

근래 우리 사회의 차생활 보급상황에 비추어 보거나 차산업의 사회경제적 수요에 비추어 불교계가 응당 제기해야할 주장이란 생각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동국대뿐 아니라 위덕대, 금강대 등 전국의 불교 종립대들이 ‘차학과’를 개설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이유의 첫째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몇몇 대학이 차학과 설치에 착안하고 있는 점이다.

성균관대학과 성신여대에 이어 최근엔 지방의 한서대학에도 차학의 석사과정이 개설되어 차업계에 심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아예 해외에 유학해 차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엔 중국에서 차학의 박사과정을 이수하는 한국학생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둘째로 차와 불교는 특별한 관계라는 점이다.

다 알다시피 차는 우리 역사에서도 불가에서 보급 발전해왔고 스님들의 공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참선 수행하는 스님들이 차를 즐기고 ‘끽다거(喫茶去)’와 ‘다선일미(茶禪一味)’를 공안으로 한 것은 차와 선의 그런 관계를 설명하고 남는다. 일본의 다도를 특히 선과 연관해 정립한 문화로 보는 관점도 보편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종립대들이 불교학과나 선학과 또는 그 학부만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불교와 밀접한 분야를 연계한 새 학과 특히 다학과와 같은 학과 개설에 관심을 두어야한다는 시각도 필요하다.

셋째는 종립대의 미달사태를 극복하는 처방도 된다는 점이다. 동국대의 선학과가 폐과 위기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보도로는 다른 종립대들인 위덕대, 금강대의 신입생 등록률이 60%에 못 미치고 특히 불교학부는 20% 안팎의 위기상황이라고 한다. 이는 물론 종립대학들의 학과 세일즈가 부족한 때문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 출신들의 사회적 수요와 취업보장이 미흡한 때문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차학과의 경우는 사회적 수요가 많아 진로 찾기에 좋을 것이란 전망이다.

선학과에서 간화선도 가르치고 묵조선 위파사나도 가르치며 심지어 다담선을 실수하는 진보적 태도를 보인다면 어찌 오늘의 선학과처럼 폐과를 고려하는 한심한 지경에 이를 것인가도 곰곰히 생각해야 한다.

또 동국대를 비롯한 종립대들이 이 나라에서 가장 먼저 차학과를 만들어 우리 사회의 수요에 선구적으로 응한다면 우리 학계에 공헌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산업문화 발전과 사회경제적 이익에도 실질적 공헌을 하리란 확신도 든다.

차를 마시는 인구가 이미 1천만에 이르고 전국적으로 차와 차도구를 파는 가게가 1천곳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차전문지도 다섯 손가락을 헤는 상황이고 차의 생산과 수입량도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물론 ‘차학’이 아직 학문적 정립이 안되어있다는 걱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선도 이미 중국에서 ‘선학(禪學)’이라고 했던 것처럼 차도 이미 중국에선 ‘차학(茶學)’으로 부르고 있다.

차전문월간지 ‘차의 세계’에서 중국의 서화가 진운군씨는 차에 관한 모든 것을 통틀어 ‘차학’으로 부르자고 주장하고 있다. ‘차학과’를 개설하는 것이 조금도 낯설지 않다는 이유다.

일례로 경희대가 ‘한의학과’를 만들었을 때 학계에선 비웃었지만 지금은 모두 선망의 대상이 된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학문은 결코 남의 뒤만 따라 흉내만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앞장서서 불교홍포와 차문화보급의 길을 여는 학문개척의 용기도 필요한 것이다.

불교계와 종립대들이 한번 깊이 생각해야할 일이다.



공 종 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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