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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多寺가 문을 닫은 까닭은

기자명 원철 스님
지리산 구비 길이 좋아 자주 산책을 다닌다. 주변 논은 봄갈이 하느라고 경운기소리 요란해도 소란스러움으로 들리지 않는다. 못자리를 만드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여기저기 군데군데 보이는 고인의 부도들. 어디까지가 절이고 어디까지가 마을인지 알 수도 없다.

산 잔등을 타고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소나무들의 군무.
그 소나무 밭을 지나자마자 등성이 반대편은 전부 개간 해놓은 밭이다.
절에서 보이는 쪽만 소나무가 남아있는 것이다.

'당장 한 톨의 곡식이 아쉬운데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북한의 홍수에서 보듯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산등성이 다락논 개간으로 인하여 나무가 없는지라 쏟아지는 비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문출송을 당해 그 절에서 쫓겨 가면서도 누군가 나무를 베고 있는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는 고인들의 환경보존 노력이 있었기에 이만큼이라도 사찰주변을 지킬 수 있는 마음자리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지식인들 사이에 사찰 역시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 스님들이 스스로 절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개축 신축을 한다"고 한 어느 건축가의 푸념도 귀담아 들을 일이다. 환경친화적인 전통 해우소는 사라지고 그 뒤를 이은 수세식 변소는 그렇다손치더라도 후원의 생활 오수들이 그대로 계곡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지난번 사찰환경보존위원회가 주최한 '사찰과 환경' 주제 토론회에서 밀양대 환경공학과 이병인 교수가 제기한 공원내 사찰 383곳 중 93곳(24.3%)만이 오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었다는 내용은 식자(識者)들의 우려를 통계로 증명하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지장법사는 동해의 수다사(水多寺)를 창건했다. 이는 북쪽의고구려와 동쪽의 왜구가 쉼없이 침범하여 변방을 어지럽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부처님 사리를 모신 3기의 탑을 건립하면서 이 사찰은 만인의 귀의처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기 위해서 몰려들었고 더불어 사세는 날로 융성해졌다. 그러나 그로 인한 환경오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조선중기의 어느 왕이 안질(眼疾)이 매우 심해졌던 모양이다. 모든 약이 소용이 없는지라 마지막으로 점성가를 불러서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점성가는 "동해 정동에 있는 어느 큰 절의 쌀 씻은 물이 동해로 흘러 들어가 용왕이 노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왕은 의아해하면서도 혹시나 하고 사람을 보내 원산을 거쳐 배편으로 그곳을 가보게 하였다. 놀랍게도 '사실'이라는 보고를 받게 되었다. 뜨물이 온 바다를 뿌옇게 물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부득이 폐사(廢寺)시켰다는 이야기가 오늘까지 전해져 온다.

전란이나 화재로 인한 폐사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의 원인제공으로 폐사된 경우도 더러 있었던 모양이다. 바다의 환경오염으로 인해 결국 육지 사람의 눈병이 돌게 되었고, 환경생태학자들에게 그 원인을 조사하게 하니 사찰의 생활 오폐수가 그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에 시정과 개수를 명령했으나 자장법사의 빽(?)과 호국원찰이라는 명분만을 앞세우고 무시하다가 결국 절이 인위적으로 문을 닫는 사태를 맞았다는 수다사 폐사의 전말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환경오염은 중생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중생을 구제해야 하는 종교가 중생의 삶을 어지럽히는데 기여한다는 그것도 명분이 서지 않는 일이다.

청정 자연 속 사찰의 오폐수는 설사 그 양이 아무리 작다고 하더라도 산을 찾는사람에게 닿아오는 느낌은 공장폐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수행자의 허물은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크게 보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폐사가 달리 폐사가 아니라 사찰의 오폐수로 인하여 그 산에 대한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돌아서서 다시는 사찰을 찾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실질적 폐사인 것이다.


원철 스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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