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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하며 불법 전하는 김동우 변호사

“분쟁해결에 佛經만한 法典 없지요”

매달 주변에 50만원 상당 불서 보시

집안에도 법당 마련 - 온가족이 염불

“다음 생에는 반드시 극락왕생” 서원






20년전 동국대서 첫 佛緣 맺어

“부부는 그냥 부딪치는 인연이 아닙니다. 수많은 전생에서부터 시작된 질긴 인연이지요. 헤어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생에서 혹은 내생에서라도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숙제 같은 것입니다. 이혼보다는 먼저 남편을 이해하고 자비로 대하세요. 그러면 남편도 마음을 고쳐먹지 않겠어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변호사 사무실. 이혼 문제를 논의하려 온 한 젊은 여성의 말을 꼼꼼히 들은 김동우(45) 변호사는 이혼의 법적 절차를 설명하기보다는 뜻밖에도 괴롭고 힘들어도 용서하고 계속 살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 그녀의 종교가 불교라는 말에 김 변호사는 선뜻 몇 권의 불서까지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꼭 법으로 해결해야 할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돈을 떠나 저를 믿고 찾아온 사람들이 진심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불자 변호사 역할이 아닐까요.”

불교를 알게 된 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확 달라졌다는 김 변호사.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게 돼 행복하다”는 그는 사회법보다는 불법(佛法)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사는 수행자이며 전법사다. 그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늘 염불 테이프를 틀어 놓는 것은 물론 차안에서나 걸을 때도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는 것도 그에게는 이미 오래된 습관이다.

“수행하는데 시간이나 장소가 따로 있나요. 걸어 다니며 염불하면 거리가 도량이고 차안에서 염불하면 차안이 곧 도량 아니겠습니까. 수행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입니다. 수행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없을 뿐이지요.”

그가 불교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시절. 불교종립대학인 동국대를 다닌 인연으로 불교학개론과 불교문화사를 배우기도 하고, 정각원에서 삼배도 드렸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어쩌면 전생에서부터 이어진 깊은 불연(佛緣)에서 비롯됐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20여 년의 세월이 훨씬 지나고 나서였다.

졸업 직후인 지난 82년 사법고시에 통과한 그는 사법연수원 생활과 군복무 등에 쫓기면서 불교는 점점 멀어져 갔고, 그저 남들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살았다. 그러면서도 ‘변호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사기’란 그의 신념에 따라 돈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일의 보람을 찾고자 애썼다. 그래서 제대 후 처음 선택한 일도 영등포 법률구조공단에서 영세민들을 대상으로 법률상담을 해주는 일. 그렇게 몇 년을 생활하던 중 뜻 맞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하지만 얼마 후 밀어닥친 IMF 한파. 불경기에 여기저기서 망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그가 보증 섰던 사람마저 부도를 당하면서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보증 빚더미 『금강경』 읽으며 이겨내

십수 년간의 변호사 생활에도 전세방을 전전하던 그에게 1억 가까운 돈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근심은 점차 깊어만 갔고 술과 담배도 함께 늘어만 갔다.

그 때 문득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하는 근본적인 물음들이 떠올랐고, 몇날며칠을 이런 고민들에 빠져 있을 때 마침 독실한 불자였던 아내 양경희(42) 씨가 불교를 공부할 것을 권했다. 아내 앞에서는 흘려듣는 듯 했지만 바로 불교서점에 가서 책을 골랐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금강경』. 김 변호사는 ‘바로 이런 것이 진리구나’ ‘내가 왜 이걸 몰랐을까’하는 감탄속에 『금강경』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법화경, 화엄경 등 경전은 물론 법어집, 해설집. 수필집 등 불교관련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책 읽고 공부하는 것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던 그는 무섭도록 책 속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 그 속에서 찾은 길이 바로 염불 수행. 곡성 성륜사 조실인 청화 스님의 법문집이 무엇보다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상담자에게 法 보다는 佛法으로 조언

그 때부터 다시 몇몇 동료들과 지금의 법무법인 ‘창조’를 개원해 변호사 업무를 다시 시작했고, 동시에 ‘마음은 부처님의 세계에 두고, 입은 부처님의 명호를 부른다(心則緣佛境界, 口則稱名佛號)’는 실상염불수행을 시작했다. 우연인진 필연인지 그에게 변호를 맡아달라는 사람도 하나 둘 늘어갔고, 여전히 전세이기는 하지만 직장 옆의 아파트로 이사 올 수도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사람들을 대하는 마음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모두가 불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내 삶으로 다가오니까요. 한 때의 고통으로 인해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불교를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웠다는 김 변호사. 지난 99년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50만원은 책 보시를 위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일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물론 가까운 법조계 사람들과 이웃들에게 불서를 나눠주고 있다.

또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들을 돕는 것도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일 중의 하나다.

매일 새벽이면 그는 어김없이 일어나 108배와 함께 염불수행을 한다. 이를 위해 청계산 정토사에서 목탁 치는 법도 배웠고, 지난해 이사 오면서부터는 방 하나를 비워 그럴듯한 법당까지 마련했다. 지난 88년 풍으로 쓰러진 노부를 모시고 딸 셋을 키워야 하는 집안형편에서 마련한 법당이기에 거실을 침실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했다.

“염불을 낮은 단계의 수행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절하기 싫으니까 염불하고, 염불하기 싫으니까 참선한다는 옛말이 아니더라도 간화선뿐만 아니라 염불 또한 부처님을 닮아가는 훌륭한 수행법입니다.”

“변호사 직업을 살려서 앞으로 포교사나 절의 사무장을 맡으면 잘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 준서(準誓) 김동우 변호사. “이번 생에 열심히 수행정진해 다음 생에는 반드시 극락정토에 나겠다”는 그의 야무진 서원을 그는 생활 속에서 이렇게 조금씩 실현해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채식이 지계의 시작입니다”김 변호사 가족이 채식하는 까닭은?



김동우 변호사는 염불수행을 시작하면서 20여 년간 피워왔던 담배도 끊었고, 술 먹고 친구들과 밤거리를 헤매던 ‘밤무대 인생’도 마감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육식을 철저히 금하고 집에서도 온 가족이 채식으로 생활하고 있다.

“육바라밀 중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지계(持戒)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지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음식을 먹느냐하는 것입니다.”

김 변호사를 비롯한 그의 가족이 채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일반 채식주의자들처럼 건강에 좋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채식을 생활화할 때 자비심도 저절로 생겨나고,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음주 등 오계도 여법하게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처음에는 큰딸 소헌(14)이는 물론 둘째 연강(9)이와 막내 효강(8)이도 채식에 익숙하지 않아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어느새 이제는 엄마, 아빠 못지않은 채식주의자가 됐다.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훈습(薰習)’된 결과다.

“계율은 스님들만이 지켜야 할 것이라는 생각하는 크게 잘못”이라고 지적한 그는 “계율 속에 깨달음이 있고 극락정토에 이르는 길도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글·사진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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