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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생각하는 佛事

기자명 법보신문
칼은 일상 생활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그 쓰임새에도 불구하고사람들에게는 항상 섬뜩한 인상을 준다. 그것이 재래식의 식칼이라면 섬뜩한 인상은 더욱 심하다. 그래서 요즘의 일반 가정에서는 그 같은 식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어른들의 기억에서도 거의 사라지고 있는 재래식 식칼이 TV화면에서 무더기로 자주 자주 나타난다. 그것도 부엌에 나열된 것이 아니라 곱게단장하여 성역으로 간주되어 있는 위인들의 무덤 앞에 널려 있다. 그것들이 무덤주변의 곳곳에 꽂혀 있었음을 상상하면, 그 무덤과는 무관한 사람들에게도 소름이 끼치는 섬뜩함을 불러일으킨다.

특정한 사람의 무덤을 골라 식칼과 쇠막대기를 대량으로 꽂아 두었다가 적발된이 사건은 아직도 그 전모가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서 확실한 것은 한 무속인이 자신의 질병을 치유하는 비방으로 아들과 함께 그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 발단은 질병을 앓고 있는 그 무속인의 꿈에 충무공 이순신이 나타난 데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무속이란 원래 그처럼 터무니없는 일을 비방인 양 저지를 수 있는 것이며, 그러니까 그것은 미신일 뿐이라고 이해하는 것으로 지나칠수 있다. 그러나 불교인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보다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을 불교와 연관시켜 점검해 볼 수 있는 사안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우리의 전통적인 장례법이고, 다른 하나는 무속인들의 자연 훼손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미속인 양 간주되어 온 유교적 장례 문화는 이제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있을 시점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어 있다. 그것은 미풍 양속의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의 존폐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로 되어 있다. 저마다 사후에 묻힐 묘지를 확보하다 보면, 앞으로 몇 십년 이후에는 우리의 국토가 거의 묘지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단순한 어림짐작이 아니라 통계적 계산에 의한 결과이다.

이 심각한 문제는 이미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이것의 해결책은 화장밖에 없다. 언젠가는 강압적인 조치로써 매장의 장례법을 화장으로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 불교계는 불교 고유의 장례법을 대중화하고 현대화하는 데 더욱 총력을 쏟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화장의 장례법을 적극적으로 실용화한 실례를 보여줌으로써 종교적 문제에 따른 거부감을 해소하는 자세가 시급하다.

골프장이나 공동 묘지가 자연 훼손의 주역으로 간주된다면, 유명한 산들의 곳곳에 제단이나 기도처를 마련하고 있는 무속인들은 자연 훼손의 조역으로 간주된다. 이들에게는 환경 보호 의식이 전혀 없다. 저절로 있는 바위 틈에 촛불을 켜둔다는 것이, 바위를 조금 그을린다는 것이 무슨 해가 되느냐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런 곳에 오물과 쓰레기를 방치한 일에는 개의치 않는다.

일반 사람들은 그 같은 무속인들의 행태가 불교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무속인들 자신이 '부처님을 모시는 일'이라며 자연 훼손의 책임을 불교에 떠넘기고있기 때문이다.

불교측에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무속인들을 단속할 권한이 없다. 무속인들이 훼손한 자연이 국가의 소유라면, 그들을 단속할 권한은 국가에 있다. 여기서 불교측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처방은 자연 보호에 더욱 앞장서는 일이다.

'부처님 모시는 일'이라는 무속인들의 변명이 자연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불사(佛事)를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명산으로 알려진 어느 산의 개울을 따라 올라가다가 냄새를 풍기며 떠내려 오는 거품들을 본 적이 있다. 어느 관광업체의 소행일 것으로 생각하여 그들을 고발하려고 그 진원지를 찾았더니, 그곳은 불교계의 대표적인 기도처였다.

이 같은 황당함을 느끼게 하는 일이 불사의 이름으로 통용된다면, 우리는 무속인들의 변명을 탓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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