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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 종정 스님 다비식 3만여 사부대중 운집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법체서 사리 86과 출현…문도 불자들 환희

“스님 불 들어갑니다. 어서 나오세요, 스니임…”


1월 6일오후 1시 30분, 3만여 불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인사 연화대에서는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의 마지막 무언법문(無言法門)이 펼쳐졌다. 시뻘겋게 불길이 솟으며 희뿌연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합장을 올렸다. 소리 없는 법문은 어느새 타오르는 불길과 함께 천지를 진동하는 사자후로 바뀌고 있었다.

“나의 몸은 본래 없는 것이요, 마음 또한 머물 바 없도다.”(我身本非有 心亦無所住)

임종 직전 스님이 남긴 법어의 의미를 불자들은 타오르는 스님의 법구(法軀)를 바라보며 비로소 마음 속 깊이 체득하는 듯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목탁소리에 맞춰 내는 염불소리는 불길이 거세 질수록 높아 갔다. 연화대를 장식했던 지화(紙花)가 순식간에 타오르고, 통나무와 장작 틈새로 불길이 날름대고, 툭탁툭탁 타 들어가는 파열음이 터져 나오면서 불자들의 눈가엔 조금씩 물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구석진 곳에서 눈시울을 훔치는 젊은 보살, 얼굴이 눈물로 뒤범벅이 된 중년의 보살, 큰스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어린 자녀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비장을 찾아온 젊은 부부에 이르기까지 다비장을 뒤덮은 숙연한 기운은 스러질 줄 몰랐다.



“스님이 저희들에게 주신 큰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고 실천함으로써 스님을 잃은 슬픔을 대신하고, 스님이 돌아와 이 땅에 다시 정법을 구현하고 불국정토를 이룩하는데 초석이 되겠습니다.”(장의위원장 정대 스님)



“어떤 것이 중노릇인가를 몸소 보여주신 수행의 빛은 종도들 가슴에 영원할 것입니다.”

(원로회의 의장 법전 스님)



“법체는 가야산을 갔으나, 가르침은 법보산에 영원한 법으로 남을 것입니다.”

(종회의장 지하 스님)



“나라와 민족의 융성을 바랐던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우리 모두 합심하고 화합할 때라고 생각합니다.”(김대중 대통령)



타 들어가는 연화대를 바라보며 사부대중들은 잠시 전 해인사 보광당 앞 광장에서 종정스님께 올린 다짐을 숙연히 되새기고 있었다.

스님의 열반을 기뻐하고 축하하면서도 다시 그 모습을 볼 수 없음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그런 애환(哀歡)의 교차가 밤새 계속되고 있었다. 문도들과 혜암 스님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는 대중들은 새벽까지 밤새도록 가야산 골짜기의 칼바람을 견디며 스님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이튿날(7일) 오전 7시, 해인사 방장 법전 스님을 비롯한 문도들은 한줌의 재로 돌아간 스님의 법체를 뒤적이며 습골의식을 봉행했다. 4시간 동안 습골과 다섯 시간의 산골과정을 거쳐 사리 86과가 출현했다. 스님의 법체가 검정색, 흰색, 붉은색, 노란색 등이 뒤섞인 영롱한 사리로 환생하는 장엄한 순간이었다.



“미혹과 깨달음 모두 쳐부수니 해가 돋아 하늘과 땅이 밝도다.”(迷悟俱打了 日月乾坤明)

법체에서 출현한 86과의 영롱한 사리를 친견한 문도와 불자들은 스님이 남긴 마지막 가르침을 다시 떠올리며 환희에 젖어들었다.



해인사=이학종·채한기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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