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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연재를 마감하면서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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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소재만 고집해서는 안돼”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은 긴 불황의 늪을 뚫고 나오려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필자의 이런 시각에 대해, 기대를 모았던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를 비롯한 작품들이 흥행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진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제작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면면들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제작기간 5년,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원더풀 데이즈’, 장선우 감독의 애니메이션 데뷔작 ‘바리공주’, 가장 정겨운 캐릭터를 창조한 박재동 감독의 ‘오돌또기’ 등의 작품들은 그 리스트만 들어도 잔뜩 기대를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이런 풍요 속에서도 불교 애니메이션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불교 설화를 바탕으로 한 ‘바리공주’, ‘하얀 마음 백구’로 두터운 팬을 확보한 성백엽 감독의 ‘오세암’ 같은 작품이 있지만, 전자는 완성된 작품을 보지 않으면 작품의 성격을 말하지 못할 만큼 이야기 구조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이고, 후자는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다시 말해 원작이 있는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더욱 암담한 것은 그나마 최근 5년 동안 제작된 작품 가운데 ‘바리공주’나 ‘오세암’처럼 불교 성격을 지닌 작품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성인 애니메이션이나 스포츠 애니메이션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 애니메이션을 활성화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단편적으로 생각해보면,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은 불교종단에서 제작사에 불교 애니메이션을 의뢰를 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문이므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으며, 또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작품이 아니라 목적을 위해 소모되는 작품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명작이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불교 애니메이션 활성화를 위해 필자가 먼저 제안하는 것은 불교 애니메이션이라는 개념 설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연재 시작부분에서 이미 논한 것처럼 불교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만’ 불교 애니메이션으로 보려는 견해는 불교가 지닌 폭넓은 사상을 오히려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동자승이나 스님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불교 철학이나 불교 사상을 표현하고 있으면 그 작품은 기꺼이 불교 애니메이션의 범주에 넣을 필요가 있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과도 맞지 않은가.

다음으로 불교 사상을 현대에 재해석해서 재현한 작품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는 천 년을 넘게 한민족과 함께 해온 종교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게 배어있다.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생활에 깊게 배인 것은 쉽게 버릴 수도 없고, 또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다. 가장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을 창조하려는 제작자가 있다면 그는 생활 속에 깊이 담겨있는 불교 사상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애니메이션을 외면할 수가 없다. 굳이 조선시대식의 풍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모습 가운데 느낄 수 있는 의식(意識)을 표현해야 한다. 이런 작품을 발굴하고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평론가의 역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좥불교 애니메이션 읽기좦 연재도 이제 종착역에 도달했다. 연재하는 동안 ‘불교’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필자의 지식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를 계속했던 건 단지 두 분야에 대해 좀더 공부해보고 싶은 개인적 욕심 때문이었다.

자기를 버려야 진여(眞如)를 알 수 있다는 불교를 말하기 위해 욕심을 부렸다는 것이 얼마나 역설적인 행위인지….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분진(粉塵) 속의 중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가 보다.



강성률 애니메이션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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