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운명까지 바꾸지는 못해
전등사 근방에 두 곳의 식당이 있다. 그 식당집에서 안택불공, 즉 고사를 지내게 되었다. 어느날은 식당 집 딸이 한 켠에서 울고 있었다. 왜 그러는지 영문을 물으니 첫 아이가 딸인데, 지금 임신중인 아이도 또 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참을 달래니 식당집 딸이 “스님이 볼 때도 여자아이냐”고 물었다. 그때 나는 지장보살을 염하며 어찌할까를 고민하였다. 그러다가 ‘우선 산모를 안심시키고 불공을 지내보자’는 생각으로 “절대 아들이니 염려말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리고 만약 딸을 낳으면 내가 1년치 아기기저귀를 댈 것이고, 만약 아들이면 전등사에 VTR을 한 대 시주하라고 일렀다. 그러자 그 집 딸은 아들만 낳으면 다른 어떤 것이든 보시하겠다고 말했다. 그 후 그 집 가족들은 마음을 편히 갖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고사불공도 극진하고 후하게 잘 치렀다. 그 이후 식당집 딸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내가 생겨날 일을 잘 본다는 소문도 무성해져 갔다. 그 이후 점이나 사주를 봐 달라는 등의 시달림을 너무 많이 받았다. 그 당시 나는 부처님 말씀이 절실히 생각났다. 관상이나, 사주, 점복술, 등은 아무리 잘 맞아도 그저 맞추는 것에 불과하고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지는 못하는 것이라는 말이 새겨졌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사주관상을 부탁하는 사람들을 잘 타일러 일단 내용을 들어보고 불교교리적으로 비유하여 어리석고 미혹한 마음을 풀어주곤 하였다. 아무튼 지금도 전등사앞을 지나게 되면 그 식당에서 작은 아이를 보게된다. 그 아이를 보면 ‘지장기도를 하며 내기를 했던 아이로구나’ 하며 빙그레 웃게된다. 그리고 지장보살님에게 무탈하고 건강히 성장하길 발원하곤 했다.
강화 선원사 주지 032)934-8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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