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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견뎌야 할 세상…삶의 묘미 있어"

기자명 채한기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법정 스님은 11월 4일 성북동 길상사에서 보왕삼매론을 주제로 설법했다.

스님은 보왕삼매론을 해설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는 참고견뎌 가야 하는 세상이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의 보왕삼매론 해설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주〉

보왕삼매론은 사바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생활의 지혜를 말한 것입니다.

보왕삼매론에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람의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구성된 것이라 합니다. 물질적인 요소와 정신적인 요소가 화합해서 된 유기적인 존재입니다. 본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인연이닿아서 형상을 갖춰 세상에 나온 것입니다.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는 이 몸은 자체가 무상인 것입니다. 이런 몸에 병이 없을 수 없습니다.

병을 얻었을 때 신음만 하지 말고 병의 의미를 터득해야 합니다. 건강했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이웃에 대한 고마움도느끼고 내 인생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인간관계는 어떤지, 직장 생활은 어떻게 했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합니다. 아플 때 새로운 눈을 뜰 수 있어야합니다.

육신의 병은 약으로써 다스릴 수 있지만 정신적인 병은 약으로 다스릴 수없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허약합니까. 가진 것도 많고 아는 것도 많고 각종 편의 시설 속에서 사는데 체력과 의지는 자꾸 떨어집니다. 대지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농사짓고 흙에다 뿌리를 내리고 살던 시절에는흙으로부터 많은 기운을 받고 땅이 주는 교훈을 몸소 익혔기 때문에 허약하지 않았습니다. 흙으로부터 멀어져 가기 때문에 생각 자체가 허약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하루아침에 좌절합니다. 건강할 때 쓸데없는 힘을 쏟지말아야 합니다.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서는 안됩니다.

이 세상을 고통의 바다라고 합니다. 고통이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을 바랄 수 없습니다.

불교에서 네 가지 고통인 생로병사 외에도 구해도 얻지 못하는 고통, 사랑하고 친한 사람들끼리 이별해야 하는 고통, 미운 사람과 마주치는 고통,모든 욕망이 불꽃처럼 솟아오르는 고통을 합쳐 8고(苦)라 합니다. 세상에는 8만4천의 번뇌와 괴로움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짐을 갖고 세상에나옵니다. 밖에서 오는 근심과 걱정을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삶의 숙제라고생각해야 합니다. 집안의 근심거리를 회피하지 말고 이런 재난이 왜 닥쳤는지 살피고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어려움을 딛으려는 새로운 의지력을 개발해야 합니다. 아무런 고통도 없는 극락, 너무 고통스러워 감내 할 수 없는지옥은 재미없습니다. 사바세계는 이 중간의 세계입니다. 여기에 묘미가 있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공부입니다. 장애 없는 세상 없습니다. 우리는 장애물을헤치고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아직 장애물 경주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장애란 해탈에 이르는 디딤돌입니다. 장애가 없으면 해탈도 없습니다. 미미한 생물도 필요합니다. 농작물 해친다고 농약으로 다 죽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함께 사라지는 것입니다.

환경파괴는 전체적인 조화를 모르는데서 일어납니다. 부분적인데만 갇혀서 당장 필요하니까 마구 개발하다 보니 지구가 혹사당하고 있는 겁니다.인간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지구가 망가지고 있습니다. 지구가 무엇입니까.우리가 살아야 할 생의 바탕입니다. 우리만 살고 지나가는 바탕이 아니라영원히 존속해야 할 생의 바탕입니다. 장애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번뇌를 보리로, 생사를 열반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장애 없이 해탈 안됩니다. 장애는 해탈로 이어지는 길목입니다.

친구는 또 다른 내 자신입니다. 친구와 나는 하나입니다. 믿음과 의리 그리고 신의로 이뤄져야 합니다. 스승과 제자, 부부 모든 인간관계도 이러해야 합니다. 친한 사람일 수록 예절이 있어야 합니다. 예절이 생략된 세상에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회가 혼탁합니다. 친구를 수단으로서, 출세하는 발판으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순결로써 친구와의 사귐을 깊고 두텁게 해야 합니다. 친구는 나를 깨우치고 풍요롭게 해 줍니다.

공덕은 선행입니다. 선행을 하면서 과보를 바라는 것은 장삿속입니다. 사실 ‘베푼다'는 것은 비종교적인 용어입니다. 나누어 갖는 것입니다. 본래자기 것은 없습니다. 이 우주에 있던 것을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물질적인것은 물론 친절, 미소, 부드러운 말씨도 서로서로 나누어야 합니다. 신앙생활은 계약이 아닙니다. 기도할 때 결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영험이 없다는 말은 정법이 아닙니다. 기도란 간절히 하고 싶어서 하는 것입니다.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릇이 안됐는데 분에 넘쳐서 그렇습니다.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분에 넘치게 과소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릇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몫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그만큼 빈약한 것입니다. 덕을 길러야 그릇이 됩니다. 만족하지 못하면 늘 부족합니다.


정리 =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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