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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원한을 똑같은 원한으로 갚을 때

기자명 이미령

악업의 윤회는 깊어지기만 하리

또 어떤 사람이 만일 해를 입게 되었을지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그들이 가진 칼이나 막대기가 곧 조각조각 부서져 능히 벗어날 수 있으며


『보문품』에 등장하는 일곱 가지 재난(七難) 가운데 무기의 재난 즉 도장난(刀杖難)을 말하는 부분입니다.

남에게서 해를 입지 않고 평생 지내기란 참 어렵습니다. 크든 작든 나는 남에게 해를 입히고 남도 나에게 해를 입힙니다. 그런데 해를 당한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에는 대체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억울해하고 분노하며 당장 똑같은 무기를 들고나서는 반응입니다. 두 번째 사람은 맞서 싸울 힘이 없어 그냥 누군가에게 살려달라고 비는 반응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람은 ‘더 큰 상처를 입힐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에서 그치니 고맙다’라며 도리어 기뻐하고 감사하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첫 번째 경우의 사람들은 이렇게 소리지릅니다.

“내가 뭘 잘못했어? 너는 나한테 잘 했니?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하는 법이야. 너도 한번 당해봐.”

그리고 자기가 맞았던 매와 똑같거나 그보다 더 큰 흉기를 집어듭니다.
어느 마을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미안한 마음에 다른 여인을 남편과 맺어주었고 그리하여 한 집안에 남편 한 사람과 두 명의 아내가 함께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한 집에 살아가다보니 첫째 부인의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저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나는 안방을 내주고는 하녀 신세가 되고 말 거야.’

불안을 떨치지 못하던 첫째 부인은 둘째 부인의 임신을 방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두 번째 임신까지는 용케 낙태를 시켰는데 세 번째 출산 때에는 산모와 아기가 둘 다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둘째 부인은 죽어가면서 한없는 원한을 품었고, 남편도 결국 첫째 부인의 잔인한 행실을 알아채고는 모질게 매질하여 죽이고 말았습니다.

두 여인은 태어날 때마다 원수지간이 되어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을 반복하였습니다. 죽은 첫째 부인은 암탉으로, 둘째 부인은 고양이로 태어나서 이번에는 암탉의 알을 고양이가 모조리 먹어치웠고, 암탉은 표범으로 고양이는 사슴으로 태어나서 이번에는 표범이 사슴을 잡아먹고… 나고 죽는 그 긴 윤회 속에서 이들의 원한은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발톱과 이빨은 모조리 흉기였고 손에 든 것 역시도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무기였을 뿐입니다. 이 두 사람의 끝없는 전쟁을 보면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 바로 그 유명한『법구경』의 노래입니다.


실로 이 세상에서

원한으로 원한을 풀 수는 없네.

오직 용기로써만 그것을 풀 수 있으니

이것이 영원한 진리라네.(『법구경』게송 5)


지금 당신이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하고 상해까지 입었다면 당장에 손에 잡히는 대로 뭔가를 들고서 고함치며 달려들기보다는 잠시 그 상태에서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아주 잠깐이나마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곰곰이 그 원인을 따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 힘으로 그 원인을 찾아내고 바로잡을 수 없다면 내 마음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원한이라도 가라앉혀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보문품』의 도장난은 너무나도 억울하게 당하였을 때, 분연히 정의롭게 맞서 싸울 수도 없을 때, 그리고 잘못의 시초는 나에게 있지만 지금 내 피해가 너무 커서 목숨이 위태로울 때 기억해야 할 이름이 관세음보살임을 일러주는 내용입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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