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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 환경권의 인식(공 종 원)

기자명 공종원
바로 얼마전인 6월 2일 서울민사지법은 우리역사에 길이 기억될 중요한관례를 남겼다. 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할 때는예외없이 사전에 허가를 얻어야한다는 것이 문화재보호법의 규정이라면비록 건축법 시행령에 규정된 문화재가 아니라도 이를 확대적용하는 것이옳다는 법해석이다.

사건은 전통사찰인 서울 강남의 봉은사가 절옆에 새로 운봉빌딩을 짓는데대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냄으로써 발단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판결은봉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사중지 가처분을 이유있다고 받아들인 것에 그치지 않는 중요한 의미를 우리 사회에 제기하고 있다.

우선 우리사회에 그간 풍미하던 개발논리에 대해 강력한 제동을 걸였다는점을 들 수 있다. 개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재를 보존하고우리의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야 말로 더 중요한 것이라는 인식을 새상 우리 사회에 환기한 것이다.

둘째는 이번 판결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환경권'이 단지 `자연적환경'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문화적 환경'도 포함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점 이다. 실제로 우리사회에서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크게 고양되었고맑은 공기나 물을 확보하는 일의 중요성이 되풀이 강조되고 있다.

공장폐수나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이 널리 홍보되고 또 자연보호가 바로 우리의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것이라는 인식도 보편화하고 있다. 그러나막상 우리가 역사민족으로서 전승해온 우리선조들의 문화유산이야말로바로 우리가 계속 지켜가지 않으면 안될 역사 문화 환경이란 점은 흔히간과하곤 했다.

그점에서 이번 판결은 우리 국민들에게 당장 호흡하고 마시는 공기나 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적 자산이며 우리 정체성의 증거인 역사 문화 환경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실에서도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실제는 우리의 역사적 문화환경들이 개발의 논리에 밀려 제힘을 발휘하지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고궁이나 고건축물이 있는 곳 주변에는 건물의 고도를 제한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또 규정이 비교적 엄격하게 지켜지고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서울 중심부의 문화재들이 고충건물사이에서 제 얼굴조차 번듯하게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에 있는 것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얼마안가서 우리의 고건축들은 정말 초라한 몰골만 유지한채 본래의 분위기나 고유의 기능을 완전히일실하고 말 것이 분명하고, 이에따라 우리의 민족적 역사문제의 자존도찾을 길이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건축법 시행령이 규정한 문화재가 아니라도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문화재에 대해 규정을 확대적용한 과감한 문화의식을 보여주고 있어 마음든든하다. 봉은사 경내의 선불당은 건축법 시행령상사전승인을 요하는 문화재는 아니지만 문화재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운 건축법시행령의 확대해석을 받게된 것이다.

또 현행 전통사찰 보존법은 사찰내의 건축행위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도록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결정은 사찰밖의 건축행위도 사찰의 보존에 영향을준다고 인정될 때는 이를 엄격히 규제할 수 밖에 없다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서울민사지법의 판결은 위기에 직면한 전통사찰들의 보호에명분을 주고 있다. 전통사찰의 경관과 문화적 기능을 해치는 개발에 대해불교인들이 강력히 맞서 싸울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주고 있다.

뿐더러 이것은 역사 문화적 환경도 자연환경과 마찬가지로 환경권으로서 헌법의 보호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기에 국민의 역사문화 의식진흥에도 크게 기여하리라고 보인다. 다만 문화적 환경권과 개인의 재산권을 어떻게 슬기롭게 조화할 수 있는 가의 여부는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 수없다.

그렇다고 사전 승인받지 않고 지은 신축건물주의 손해를 전통사찰측이보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역시 미흡한 구석인것 같다.


공종원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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