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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특집 - 부처님의 탄생 “세계 인권사의 획기적 사건”

기자명 김민경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종교,사회적 의미 -“구습 이데올로기 거부…여성-노예에도 종교 개방”


부처님 탄생시 인도 사회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이러한 때 탄생한 부처님
은 기존 사회의 가치관과 사상 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신호탄이 됐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김성철 교수는 “철학적 측면에서 부처님의 탄생은 신본주의적인 기존의 철학을 인본주의로 전환시킨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전의 인도 종교와 철학이 신본주의적 관점에서 세상을 분석하고 신의 뜻을 따르기 위한 각종 제의에 치중하고 있었다면 부처님의 탄생은 세상을 인간 중심으로 해석하며 궁극적 지향 역시 인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맞추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서양에서 중세를 지나서야 일어나기 시작했던 르네상스의 휴머니즘적 사조와도 일치하고 있다는 평가다.

종교적으로도 부처님의 탄생은 변화의 기점이 됐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승리를 기원하는 바라문들의 제사는 더욱 복잡해지고 의례적으로 치달았으며 종교는 신에 대한 희생 의식으로 변질돼 가고 있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살생을 금하고 인간의 문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종교 형태의 변혁을 이룩했다.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류경희 씨는 “부처님은 고대 인도의 브라흐만교에 대한 일대 변화를 주창했다”며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종교적인 측면에서 “해탈을 추구하는 우파니샤드의 특징이 더욱 강화, 정착되면서 이후 인도의 종교, 사상이 해탈을 중요한 화두로 삼게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종교의 영역을 사회전반으로 확대시킨 계기로도 평가된다. 부산외국어대학 인도어과 이광수 교수는 “혼란에 빠져있던 계급제도를 공격하며 낮은 카스트의 사람들과 여성 등 이전까지 종교계로부터 배척받았던 사회적 소외 계층들이 종교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는 이전의 브라만교와 비교했을 때 매우 자유스럽고 민주적인 종교의 형태였다”고 평가했다.



교리적 의미-‘참 나’의 소중함 일깨우려 출현



석가모니부처님은 이승에 오시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겁(劫)과 수없이 많은 생을 통하여 부처가 되기 위한 수행을 하시고 또 인연을 쌓으셨다. 많은 생을 통하여 보살행을 닦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은 그 때마다 당시의 부처님으로부터 후생에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는다. 이들 수기 중에서 선혜보살의 몸으로 있을 때 연등불에게 받은 수기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현생에 부처가 되어 중생을 제도하기에 이른 결정적인 전기가 되며 현생의 석가모니 부처님의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이 세상에 몸을 나투기 직전, 석가모니 부처님은 도솔천에 ‘호명 보살’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계셨다. 이때 법계의 모든 사람들은 이 세상에 새로운 부처님이 나타날 징조를 알아보고 열가지 바라밀을 완전히 성취한 호명 보살에게 달려가 부처가 되어 일체 중생을 구제하여 줄 것을 간청하였다. 그러나 호명 보살은 태어날 시기와 태어날 곳, 가계(家系), 어머니의 수명 등 다섯가지를 살펴서 몸을 나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보살이 그와 같은 뜻을 밝힌 것은 무릇 중생이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려면 수명이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고, 부처의 집안이 너무 미천하지도 않아야 하며 어머니 역시 수많은 전생에 걸쳐 바라밀을 실천한 이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다섯가지를 살핀 후 보살은 비로소 흰 코끼리가 되어〈사진〉 마야왕비의 오른쪽 갈비를 통해서 태에 들어갔으며 열달 후 아름다운 계절에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룸비니 동산, 무우수 가지 아래서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한 손으로는 하늘을 다른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홀로 높다. 온 세상이 고통 속에 있으니 내 이를 평안케 하리라”는 ‘탄생게’를 선언하셨다.

이 유명한 선언은 불교의 기본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는 문장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수많은 세월 동안 생을 거듭하며 바라밀을 성취하고 보살로서 열락의 삶을 누리셨으나 오직 고통받는 중생들을 위하여 현생에 몸을 나투어 29세에 출가한 이후 일평생을 중생 제도를 위하여 길 위에서 지내셨다. 탄생게의 내용은 ‘나 혼자만 제일 소중하다’는 의미가 아니며 여기서 ‘나’란 개인으로서의 ‘나’가 아닌, 전체 인간, 보편적인 우리 인간 모두를 지칭하는 것이다. 즉 부처님은 나와 이웃, 나와 우주 모두를 아우르는 ‘참 나’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의 탄생게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참 된 인간 선언인 것이다.


김민경 기자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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