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우병 원인은 ‘인간의 탐욕’


어진 눈. 부지런한 힘.

게다가 유순하고 성실하다.

참을성도 높다.

누구일까.

사람이 아니다. 시인 박목월이 노래한 황소예찬이다. 찬사는 ‘엄숙한 뿔’로 이어진다. 실제로 소는 우리 민속에서 깍듯이 대접받기도 했다. 정월대보름이면 외양간 앞에 정성껏 밥과 떡을 차린 상을 놓았다. 1년 동안 소의 무병을 기원했다.



병든 소 때문에 지구촌 아우성



그 소가 2001년 오늘 전 세계적으로 앓고 있다. 광우병으로 지구촌 곳곳이 아우성이다. 소를 가축으로 삼은 것이 기원전 5000년 무렵이었음을 감안하면 소로서는 7000여 년만의 재앙인 셈이다. 1980년대 영국에서 갑작스레 출현한 광우병은 현재 전 세계의 소를 위협하고 있다. 아니 소가 아니라 기실 공포에 떠는 것은 인간이다. 죽은 소의 고기를 먹은 사람도 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에서 수십여 만 명이 감염됐고 100여명이 사망했다. 그 결과 유럽과 미국에서 소고기는 기피 음식이 되었다.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니다. 소고기 소비량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눈앞 이익 위해 소에 소뼈 먹여



소의 수난은 기실 안타까운 일이다. 비단 우리 민속에 그치지 않고 동서고금 두루 소가 민중들의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미 인류문명의 초기인 고대 농경사회부터 소는 신성시됐다. 이집트의 룩소르 벽화와 메소포타미아의 황소머리상은 물론 미노스신화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리스나 로마에서도 소는 신과 맞닿아 있다. 저 유명한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화에도 소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소를 신성시하는 곳은 인도다. 인도인들은 모진 흉년이 들어도 소를 죽이거나 소고기를 먹는 일이 없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북경의 고궁 곳곳에서 소 청동상을 발견할 수 있다. 소를 숭배하는 사당 ‘우묘’도 발견된다.

특히 도교에서 소는 유유자적을 뜻한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 선비들은 소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을 즐겼다. 가령 조선시대 재상 맹사성은 소를 타고 고향인 온양을 오르내렸다. 김홍도의 목우도를 비롯해 조선시대 그림에서도 어김없이 우리는 소를 만날 수 있다. 일제시대 화가 이중섭이 그린 소는 우리 민중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는 불교에서 근본적인 물음으로 나타난다. 십우도(十牛圖)가 그것이다. 두루 알다시피 십우도의 첫 장은 심우(尋牛)다. 그렇다. 21세기를 맞은 오늘 우리 모두는 광우병에 빼앗긴 소를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세계화 시대 병든 소의 교훈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탐색해야 할 때다.

문제의 핵심은 왜 광우병이 ‘돌연’ 발생했느냐는 점에 있다. 소를 잃어버린 근본이유가 무명(無明)에 있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 아니던가. 실제로 광우병은 인간의 탐욕에서 빚어졌음이 확인됐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소뼈를 사료로 먹인 까닭이다.

사료로 만들며 비용을 아끼기 위해 살균과정을 대폭 줄였고 그 결과 독성균(프리온)이 만들어져 소들을 감염시켰다. 문제의 독성균은 끓는 물에도 죽지 않기 때문에 그 소고기를 먹은 사람도 병에 걸린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당시 대처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가 식품위생안전기구를 민영화해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과보



결국 눈앞의 이익만 좇는 자본주의 문명이 인간에게 그 업보에 대해 복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신자유주의 물결이 세계화의 이름으로 지구를 황폐화하고 있는 오늘 우리가 찾아 나서야 할 소는 무엇일까. 소를 타고 돌아오는(騎牛歸家) 기쁨을 위해서라도 신자유주의에 맞선 보살행이 절실한 오늘이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