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실정에 대한 비난 여론이 아무리 거세도, 또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거절했을 때에도 애써 놓고 싶지 않았던 ‘평화적 정권교체가 가져다 준 희망과 기대’를 이제는 접어야할 것 같습니다. 힘없는 노동자들을 공권력으로 죽지 않을 만큼 폭행하고도 즉각적인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단행하지 않는 현 정권은 이전의 이른바 살인정권, 독재정권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현 정권이 이전 정권과 어떤 차별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혹시 80년 광주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이번에 죽지 않았으니 분명히 다르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집권자 쪽 사람들은 말합니다. ‘어느 정도 잘못은 인정하지만 시위 노동자들의 책임도 있는 게 아니냐’. 물론 그들의 주장이 전부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위현장에서 물리적인 충돌을 하다보면 자연히 흥분이 되어 부지불식간에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쇠파이프나 화염병을 들지 않은, 윗도리를 벗은 채 완전히 무장해제 상태인 노조원을 때리고 찍고 짓밟는 만행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까. 현 정권이 이전과는 다르게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정권이라면 지금이라도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인가 다른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4월 10일 노동자 폭행 사건에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을 경질하는 것은 기본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정치적으로 이리저리 잴 문제가 아닙니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한, 정권의 정체성 차원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지요.
부처님은 좥잡보장경좦에서 지도자(집권자)가 지켜야할 교훈을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왕(집권자)은 해와 같이 온 세상을 두루 비쳐 주어야 하고, 부모처럼 백성을 사랑해야 하고, 하늘처럼 일체를 덮어 주어야 하며, 땅처럼 만물을 길러야 하며, 물처럼 사방을 윤택하게 해야 하고, 선행으로 교화해야 한다.”고 말이지요. 권력을 가진 이들이 반드시 새겨 들어야할 가르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수나 잘못은 가능한 저지르지 않아야 바람직하지만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됨됨이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이 점을 현 정권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학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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