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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영 칼럼-6·15선언 이후 남북 경제 협력

기자명 법보신문

자비에서 민족상생의 지혜 찾을 때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민족이 겪고 있는 분단의 아픔은 엄청나다. 지난 6월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리고 8·15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이러한 아픔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금강산 관광길이 열렸을 때에 우리는 반신반의 했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지켜보면서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확신하게 되었다. 남북교류의 새로운 문이 열린 것이다.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평양교예단의 서울방문 공연, 남한 언론사 대표단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2차에 걸친 남북 장관급 회담, 반세기만의 대규모 이산가족 상봉 실현, 비전향장기수 63명의 인도주의적 송환 등은 한반도에서도 냉전의 마지막 빗장이 풀리는 것을 실감케 하였다. 화해와 평화가 무르익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객관적인 증거들이다.

이러한 남북교류의 활성화에 장애가 되는 법과 제도의 개혁도 다각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형법과 노동당 규약에 담겨있는 대남 적대조항을 없애는 방안이 논의되고, 남한에서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개폐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러한 실정법 규정과 상충되는 내용의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데 대해 누구보다도 법학자들은 고민을 느끼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6·15 남북공동선언’이 갖는 법적 의미는 참으로 중요하다. ‘남북공동선언’은 남북한에 있는 기존의 적대적 법령을 사문화(死文化)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 적용되는 법규가 중복되는 경우 최근에 나온 법규가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하는 ‘신법(新法) 우선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남북한은 이미 적대관계가 아닌 평화체제로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 이후 특히 일반 국민들에게는 소위 ‘김정일 쇼크’와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포용정책과 경제지원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IMF 이후 남한 사람도 힘드는데 북한에 줄 돈이 어디 있는가, 북한에 제공하는 식량은 일반 주민들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군량미로 전용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불만 내용인 것 같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에서 창출, 고착화시킨 냉전적이고 무조건적인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조국의 평화통일’이 성큼 다가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 내부의 동화적 통합이나 동서통합의 문제가 중대한 갈등요소로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좀 더 냉철해져야 한다. 우리는 북한보다도 군사·경제적으로 강대해졌고, 정치적으로도 훨씬 안정된 민주주의체제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이고 낙관적이지 않은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지금의 우리 자신은 물론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희생’이고 ‘아름다운 양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통일비용의 일부분인 것이다. 통일후의 혼란과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독일의 통일 사례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확인하였다. 브란트 수상의 ‘동방정책’이 동독의 흡수통일을 가져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적인 교류 협력이 통일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분단체제 하에서 서독이 취한 동독에 대한 경제지원 정책에서는 문제점이 있었고, 그로 인해 통일 이후에는 동서독 주민들간의 갈등이 야기되었다는 것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서독은 당시 동독에 대해 투자보다는 교역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통일 직후부터 서독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통일후유증’을 안겨다 주었다. 통일 이전에는 동독 주민들에게 환영의 미소를 아끼지 않던 서독 사람들에게 통일 이후의 동독인들은 ‘귀찮은 이웃’으로 되었다. 통일 후 동독 주민들 또한 패배감에 젖지 않을 수 없었다. 마쯔라는 동독 작가는 통일 직후 펴낸 책에서 자신이 겪은 패배감을 이렇게 적었다.

“심술궂은 계모(동독정부)한데서 음탕한 마녀(서독정부)의 품속으로 왔다!”
이 뿐인가? 통일 직후에는 동서독 주민들간에 ‘베씨’(Wessi:서독놈들)와 ‘오씨’(Ossi:동독놈들)라는 새로운 욕설까지 등장했다. 우리는 독일 통일를 교훈으로삼되,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이대로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의 남한 내부 ‘식민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통일을 길게 잡아야 한다. 그리고 북한사회 시설을 남한의 절반 수준으로라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북한지역도 우리나라 땅이고, 산이며, 강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 줄 통일조국의 영토이다. 따라서 대북 경제지원과 사회간접자본(SOC)시설 투자는 바로 통일 이후에 마땅히 부담해야 할 사업을 미리 미리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통일 이후 엄청난 몫의 돈을 일시에 부담하기 보다는 서서히 할부제로 사업을 시행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대북 경제지원에 따른 남한 국민들의 부담을 수용해야 하는 당위론적 이유는 국민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책이라는 점이다. 분단국가에게는 두 가지의 국가부담이 있다. 그것은 ‘분단비용’과 ‘통일비용’이다. ‘분단비용’은 국방예산증액과 외국제 무기 도입비용 지출을 통해 분단체제를 지속시키는데 소요되는 재정적 부담이고, ‘통일비용’은 통일의 상대방과 화해·협력체제를 구축시키는데 필요한 비용이다.

그런데 대북 경제지원에 따른 ‘통일비용’이 냉전적 관계를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분단비용’ 보다 훨씬 적다는 것은 기초적인 경제상식이다. 불교계가 종교문화교류의 구심점이 되어야 하지만, 경제지원에 좀더 주체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제이 티 에스(사단법인)나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본부등이 이러한 사업을 전개하여 오고 있다. 이제 좀더 범불교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이다. 북한동포에 대한 경제지원은 한 핏줄, 한 형제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민족상생(民族相生)’의 호국불교 사상을 실천하는 길이며, 부처님의 자비를 베푸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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