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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부담 되나 최선 다할 것”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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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첫 비구니 부장 탁 연 스님

“파격(破格)이다”

비구니 탁연(卓然)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에 임명되자, 교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비구니 스님이 총무원 부장 스님에 임명된 것은 조계종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임명장을 받은 3월 5일, 총무원 청사는 취재를 위해 몰려든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탁연 스님은 이번 인사에 대해 “여성의 역할 증대라는 시대적인 흐름을 볼 때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비구니 스님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탁연 스님의 앞날은 그렇게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스스로 밝혔듯이 행정 경험이 전무한데다, “계율에 어긋난다”는 일부 비구 스님들의 불만 때문이다. 3월 5일 문화부장 임명식이 끝난 후 첫 비구니 부장 스님으로서의 소감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종무행정에 있어 비구니 차별은 불합리

업무파악 급선무 원활한 행정 위해 노력



△조계종 역사상 첫 비구니 부장 스님이다. 소감은.

“너무 뜻밖에 막중한 소임을 맡아 얼떨떨하다. 어른 스님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이번 인선은 여성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시대적인 흐름에 따른 것이고,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동료 비구니 스님들의 격려를 많이 받고 있다. 비구니 스님들의 권익을 위한 일들을 하나 하나 찾아 볼 생각이다. ”

△사회적으로 스님에게 쏠리는 기대가 크다.

“지난 1일 동국대 교수 혜원 스님(종회의원)에게 연락을 받고 소임을 맡았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살짝 가서 일만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기자들이 몰려오고,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평소 핸드폰이 하루에 한번 울릴까 말까 했는데, 어제는 하루종일 울렸다. 핸드폰이 놀랬을 것이다. 첫 비구니 부장 탄생이 종단 내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이 더욱 증대되는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 종단의 이런 파격적인 변화는 불교의 미래가 그만큼 밝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더불어 남녀 평등을 이루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비구니 스님이 총무원 부장 소임을 맡은 것에 대해 일부 비구 스님들이 반발했다고 하던데.

“『비구니팔경계(比丘尼八警戒)』에 ‘100세 비구니라도 3세 비구를 만나면 먼저 절을 해야한다’고 돼 있다. 이것이 부처님 법이다. 때문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행정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비구니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하면 당연히 반발해야 한다.

지금도 부처님께서 왜 비구와 비구니를 구분하고, 비구니를 차별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마 당시 시대상황이 반영됐을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는 수행자가 돈을 소유하지도, 또 신발도 신지 못하게 돼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계율도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리 해석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구니가 맡아서 더 잘하는 일이 있다면 흔연히 나서서 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

△지금까지 이 청사 안은 비구 스님들의 세계였다. 비구니 스님에겐 다소 부당한 관행도 있을 것이고 스님의 임명에 반대했던 시각도 주위에 여전 할 것인데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우선 맡은 바 업무를 완벽히 소화하는 일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수행으로 여기고 받아들이면 안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부장 소임을 맡게 됐는데, 평소 불교문화나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행정 업무를 맡은 것도 처음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부하는 심정으로 배워가며 업무파악을 할 생각이다. 비구니 스님들은 여성으로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일들을 좀더 조심하고 섬세하게 다룰 줄 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해서는 업무 파악을 해봐야 알 것 같다. ”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은 각자 업무에 도움을 줄 조직을 나름대로 꾸리거나 모임을 갖고 있다. 스님도 그러한 성격의 모임을 갖고 있는지.

“행정과 관련을 맺지 않고 살아와서 그러한 경험이 전혀 없으며 사사로이 모이는 것도 사실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조언을 받을만한 네트워크의 결성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법장 총무원장 스님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개인적인 인연이 전혀 없다. 임명됐다는 소식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달 받았다. 다만 전에 학인 스님들과 수덕사를 들른 적이 있는데,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것을 보고, 이런 분이 있기 때문에 종단의 미래가 밝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최근에 법장 스님과 인연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큰 인연이 없어 대답하기가 참 난감하다. 법장 스님께는 비구니 스님 전체를 대표해서 다시 한번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다.”


김민경·김형규 기자
mkkim@beopbo.com /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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