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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영 칼럼-분단 고착세력의 시대착오적 몸부림

기자명 법보신문

“차라리 통일을 반대한다고 말하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후 남북한의 관계는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변화의 물결이 밀어 닥치고 있다. 북한의 인민군 대장이 송이버섯을 추석선물로 직접 전달하였고, 국방장관 격인 인민무력부장이 인민군복을 입고 청와대를 예방하고 갔다.

피맺힌 한을 품고 살아오던 이산가족들이 남북한의 항공기를 타고 오가며 역사적인 상봉의 눈물을 나누었다. 비전향장기수 63명이 북한 땅으로 돌아가 꿈에 그리던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갖고 있다. 대남공작의 총책임자인 김용순 비서가 남한 전역을 누비고 갔고, 끊어진 경의선의 철도복원 기공식이 있었다. 남북한의 관계가 화해와 평화를 위해 숨가쁘게 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9월 28일 금년 중으로 북한에 식량 60만톤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쌀 30만톤과 옥수수 20만톤은 10년 거치기간을 포함하여 20년 분할상환, 연리 1%의 차관형태로 제공하고, 옥수수 10만톤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무상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톤당 220달러의 태국산 쌀과 110달러의 중국산 옥수수를 각각 30만톤과 20만톤 구입하는데 약 9000만달러, WFP를 통해 지원될 옥수수 10만톤 구입비용 1100만 달러를 합쳐 모두 1억 100만 달러이다.

이 금액은 1995년 김영삼 정부가 한국산 쌀 15만톤을 북한에 제공하는데 지불된 비용 2억 3700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액수이다. 그런데 대북 쌀지원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도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아직도 냉전논리에 입각하여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된다. 심지어 대북 쌀지원을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문제와 연결시켜 상호주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굳이 부처님의 자비와 보시정신을 외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주장들은 분단민족의 구성원으로서 인간적 이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발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극우세력들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통일’보다는 ‘분단’이 훨씬 유리하다는 계산속에서 살아온 느낌을 받는다. 대한민국의 국시는 ‘통일’이 아니라 ‘반공’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는가. 현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실제로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까봐 걱정하고 있지는 않는가. 그들의 속셈은 대북 화해협력 정책에 대해 무슨 구실만 있으면 찬물을 끼얹으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6·15 공동선언’에서 규정한 ‘통일방안의 공통성 확인’에 대해서도, “통일방안은 김대중 개인의 통일방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남북공동선언’에서 규정한 ‘연합제’는 선행정권에서도 이미 발표한 몇 가지 통일방안의 내용과 궤도를 같이하는 것이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에서도 통일방안을 제각기 발표했지만 그 어느 것도 국회의 동의를 받은 사실은 없다. 이것은 하나의 ‘헌정사적 관례’로 자리잡았다. 결국 대북 쌀지원이나 통일방안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남북관계의 변화와 발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지나친 우려의 목소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대북 쌀지원이 마치 국회의 동의 대상인 것처럼 전제하고 비난공세를 가하고 있는 것은 억지논리이다. 법적으로 보나 정치적 관행으로 보나 대북 쌀지원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명료하다.

첫째, 남북한의 법적 관계가 독립된 주권국가간의 관계가 아니라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민족내부의 특수관계’라고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의 규정을 들 수 있다. 북한에 쌀을 차관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은 그 명칭에 불구하고 민족내부간의 인도적인 지원이며,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의 모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한 ‘내부거래’이다.

둘째, 대북 쌀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은 ‘남북협력기금법’에 따라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에서 지불되는 것이며, 구체적 지출행위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상의 ‘평화통일정책 집행권’(헌법 제4, 66, 69조)의 범위 속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다.

남북협력기금은 이미 국회의 동의를 얻어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그 기금의 구체적 사용 문제는 또다시 국회에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대북 지원은 남북교류협력법(제4조)에 따라 설치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결정토록 되어 있고, 대북 식량지원에 사용될 남북협력기금은 이 협의회에서 심의 결정토록 남북협력기금법(제7조)에 규정되어 있어 법적으로도 잘못이 없다.

셋째, 선행 정부에서도 이와 같은 대북 지원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헌정사적 관례’도 존중해야 한다. 김영삼 정부는 1995년 국내산 쌀 15만톤을 북한에 제공하였지만 국회의 동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

대북 쌀지원은 통일의 대등한 당사자이고 우리의 한핏줄인 북한 동포들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인도주의적 조치이다. 식량은 배가 고플 때 주어야 효과가 있다. 국회의 동의를 핑계삼아 ‘세월 보내기’를 거듭하는 분단문화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걸핏하면 개점휴업 상태가 되는 한국의 국회에 대해 시민들의 기대는 한마디로 실망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화합과 평화통일의 부처님 정신을 깊히 새겨보자.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내가 있으면 네가 있다는 평범한 사상을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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