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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선방의 늦깎이 수행자들

기자명 이재형

“퇴직 후 참선법 만나 인생의 참뜻 찾습니다”

강원도 화천이 고향인 정경남(61·소승) 씨는 지난 20여 년간 다니던 건설업을 그만두고 뒤늦게 수행에 전념하고 있는 늦깎이 수행자다. 그는 참선수행을 한 후 인생을 참뜻을 깨닫고 가정의 평화도 되찾았다고 말한다. 그 긴 세월 동안 지금처럼 자신을 철저히 돌아보고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이토록 치열하게 대면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선방 찾는 노인들 급증

정 씨가 수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97년.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밀려드는 공허감, 여기에 간경화 등 건강까지 극도로 악화되면서 이대로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선수행. 우연히 불교관련 책을 읽으며 참선에 관심을 갖고 강원도에서 서울 우곡선원까지 매주 한 번씩 공부하러 다녔다. 그리고 지난 2000년 9월부터 아예 부산 선원에서 생활하며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정 씨는 “수행을 시작하며 건강이 회복된 것은 물론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인해 가정의 화목도 되찾았다”며 “수행의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정년퇴직을 한 후 경로당 대신 선방을 찾아 수행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반인들이 수행할 수 있는 선방마다 상당수가 노인이며 특히 최근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선방을 찾는 노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이 선방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임제선원 선원장 법현 스님은 이 같은 추세와 관련해 “불교수행은 온갖 인생의 풍파를 겪은 뒤에야 더욱 깊이 있게 관조할 수 있다”며 “노인은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일지 몰라도 수행에서는 누구보다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적령기”라고 강조했다.

<사진설명>나이들어 경로당 대신 선방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있다. 선(禪)은 만년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깊은 우물에서 막 퍼올려 마시는 물처럼 생의 참맛을 느끼도록 하는 까닭이다. 사진은 길상사에서 시민선방에서 수행하고 있는 노인들.


환갑 넘겨도 수행에는 적령기

지난해 11월부터 일주일에 2~3회씩 선방을 찾아 수행하고 있는 김종찬(71·덕광) 건국대 명예교수도 선수행을 시작하면서 새 인생을 찾은 경우다. 그 전에도 선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연구와 교육 등 바쁜 일정 탓에 수행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정년퇴직을 한 후에야 비로소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고 이 때부터 착실한 수행생활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수행은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노년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다”며 “여생을 가장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선방을 찾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몸-마음 건강엔 참선이 제격

대전 대청동에 살고 있는 송자빈(80·해공) 씨도 만년의 삶을 수행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대전보현불교대학 시민선방을 찾아 참선수행을 하고 있는 그는 “수행을 시작하면서 헛된 망상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진지한 대화도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청에서 서기관으로 정년퇴임한 후 임제선원에 나가고 있는 윤철환(71·진성) 씨도 “정년퇴임은 사회적인 의무를 벗고 참다운 자기를 찾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며 “참선을 시작하면서 생활이 즐겁고 넉넉하게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라는 말은 수행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서울 전등선원 선원장 동명 스님은 “노년에 만나는 선은 깊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막 퍼 올린 물맛과 같다”며 “노년의 수행은 참다운 삶의 가치와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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