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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에게 용기를

기자명 진 록
새벽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심상치 않더니 이제는 앞이 부옇게 흐려지면서 윈도우 브러쉬도 소용없고 전조등 불빛만 노랗게 보였다. 이 때 번쩍 우르릉 쾅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다. 진행 중이던 시험을 종료시키고 번개 맞을 우려가 있는 컴퓨터의 LAN 선부터 뽑고 각종 비품을 꾸려 옮기기 시작하는데 벌써 탄천 강물은 세월3교를 넘어 기능시험장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시험장이 탄천 옆에 위치한 관계로 해마다 장마나 태풍 때면 겪는 일이지만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 올해엔 벌써 세 번째 기능장 침수로 우리 직원들은 애간장이 녹아버린 청개구리 꼴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물이 빠진 다음이다. 팔당 수문을 열어 상류부터 휩쓸려 내려온 흙투성이와 얼떨결에 떠밀려 내려온 잉어에 쓰레기까지 엉킨 기능시험장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시험장에서 힘깨나 쓰는 남자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강남, 송파, 수서 관할의 소방차와 소방대원들, 또 100여 명의 전경들까지 지원받아 두텁게 쌓인 진흙들을 밀고, 20여 명이 매달려도 휘청거리는 소방호수로 바닥을 씻어 내렸다. 여직원들 또한 밤늦도록 내부청소, 걸레질을 하고, 꾸린비품과 사무용품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컴퓨터 점검까지 마치고나니 진흙 냄새가 온몸에서 묻어났다. 물에 젖은 솜처럼 천근만근 몸이 무거울 때 들이키는 한잔의 시원한 막걸리는 동료 간의 정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태풍의 피해가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몸담고 있던 집과 자식 같은 한해 농사거리가 수마에 휩쓸려 나가고 삶의 터전이 뭉게졌으며,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족까지 잃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 애통한 속을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인간이 달나라에 가고 인간복제를 하겠다며 생명의 존엄성까지 넘보지만 한순간 자연의 힘 앞에서는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

부처님께서는 큰그릇에게 큰 역경을 주셔서 의지로서 이겨낼 때 삶의 성숙함과 겸손의 미덕을 깨닫게 하신다고 한다. 수재민여러분들은 부디 용기를 잃지 마시고, 우리 불자들도 작은 정성이라도 모아 힘을 보탰으면 한다.

또한 이 기회에 그 동안 우리시험장에 오셔서 수고해주신 소방관여러분과 전경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진 록/강남면허시험장불자회 회장

jinrok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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