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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화살

기자명 법상 스님
감기는 그냥 감기일 뿐인데

집착으로 마음까지 병들어


하루는 젊은 신도님 내외분이 모처럼 찾아오셨다. 평소 거사님께서 감기 몸살을 자주 앓고 계셨나 보다. 감기에 걸렸다 하면 집중이 안되고, 몸도 아프고, 직장에서도 일의 능률이 안 오르고 해서 항상 고민이 많으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감기만 걸렸다 하면 괜히 더 짜증이 나고, 미리부터 할 일이 걱정도 되고, 감기 때문에 일어날 일들 때문에 미리부터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몇 번 그런 일을 겪다 보니 이제는 감기 증상이 오기 시작만 해도 의례히 감기 몸살로 고생할 것이 걱정되어 마음이 축 쳐지고 답답하고 또 마음이 그러다 보니 몸도 더 아픈 것 같더라고 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감기 때문에 한 번 힘들고, 그로인한 마음 고생 때문에 또 한 번 힘들었던 것.

감기가 걸리면 감기 때문에 고생만 하면 되는데 미리부터 감기로 인한 여파를 걱정하여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면 괜히 내 스스로 또다른 괴로움을 만드는 꼴이 된다. 그것이 바로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격.

그렇게 되면 감기가 걸리기는 했어도 어지간한 일쯤은 너끈히 할 수 있더라도 ‘감기 때문에 안되’ ‘감기 때문에 힘들거야’ 라는 내가 만든 한생각 때문에, 그 두 번째 화살 때문에 더 일을 그르치고 만다. 몸이 좀 아프더라도 밝은마음, 또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 병을 잘 다독여 주고 사랑해 줘야 하는데 병에 대고 화를 내고 걱정을 일으키니 더 아파지고 일도 더 안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래도 그 거사님은 지혜로운 보살님을 만나 이 이치를 잘 듣고 공부를 해서 그래도 요즘은 감기가 나도 몸은 아플지언정 마음까지 함께 아프지는 않으려고 애쓴다고 하니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병이 난 건 그냥 병이 난 것 일 뿐! 그냥 그렇게만 받아들이면 되는데 온갖 분별을 갖다 붙이니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병이 나서 어떠 어떠하다’ ‘어떠 할 것이다’ 하고 또다른 마음의 병을 갖다 포개는 것이다. 병에 대해서 좋고 나쁘고 분별하지말고 그냥 ‘병’ 그 자체로 넉넉하게 받아들여 주고 오히려 나의 또다른 모습으로 감싸줄 수 있어야 한다.

나 또한 한동안 앓아 누웠더니 느끼는 것이 있다. 몸이 성할 때 그래서 이래 저래 바쁘게 뛰어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려 떠들 때 보다 오히려 몸이 좀 허하고 그래서 시름 시름 혼자서 앓을 때 그 때 오히려 나 자신의 본래 모습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 때 나 자신과 참으로 함께 마주하게도 되고, 몸 성할 때 묻어 두었던 근원에 대한 물음도 던지게 된다.

그래서 사람 몸이란 신기하게도 너무 들뜨고 기운이 심하게 성하다 싶을 때는 병고로 잠시 아픔으로써 그 기운을 눌러주기도 하고, 또 너무 축 쳐저 있다 보면 새롭게 피어오르고 싶어 하는 그 어떤 새로운 삶의 원력으로 충만해 지기도 하는 것이다. 또 한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내적으로 쌓여 있는 것이 많을 때 그것이 감기 몸살 같은 병으로써 바깥으로 풀려 나가 줌으로써 몸이 평형을 이루기도 한다.

그래서 아픈 것이라도 나쁜 것 일수도 없고, 또 몸이 성하다고 다 좋다고 할 수만도 없는 것이다. 그냥 아픈 건 아픈거고, 성한 건 성한 것일 뿐.


법상 스님 buda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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